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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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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2015년도 ‘중앙 1호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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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전형진
KREI 논단 | 2015년 2월 5일
전 형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중국사무소장)

 

지난 해 12월에 개최된 중국의 최고위급 농업정책 논의기구인 중앙농촌공작회의(中央农村工作会议)에서는 ‘농촌개혁의 진일보 심화 및 농업현대화 가속 추진에 관한 몇 가지 의견’이라는 문건이 논의되었다. 그동안 이 회의에서 논의된 문건이 다음 해 ‘중앙 1호 문건’으로 발표되어 왔기에 많은 사람들은 전례에 따라 올해 ‘농촌개혁’과 ‘농업현대화’를 키워드로 한 ‘중앙 1호 문건’이 발표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2015년도 ‘중앙 1호 문건’이 발표된 지난 2월 1일,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중국의 2015년도 ‘중앙 1호 문건’은 ‘농촌개혁의 심화와 농업현대화 추진 가속화’가 핵심 기조였던 2014년도 그것의 업데이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개혁·혁신 강화와 농업현대화 건설 가속화'라는 핵심 기조 하에 농정 추진 영역을 5개로 구분하고 목표를 제시하였다. △현대농업 건설 영역에서 농업발전 방식의 전환 가속화, △농가소득 증대 영역에서 농업・농촌・농민 지원정책 강화, △도농 통합 발전 영역에서 신농촌 건설 추진 심화, △농촌발전 동력 확충 영역에서 농촌개혁 심화, △농업·농촌·농민 업무 추진 영역에서 입법조치 강화가 그것이다. 각 영역별로는 세부 추진 과제도 함께 언급했는데 모두 32개의 세부 추진 과제가 제시되었다.
 

2015년도 ‘중앙 1호 문건’은 중국이 현 단계에서 추진하고 있거나 향후 추진을 계획하고 있는 방대한 양의 농정 과제들을 망라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이전 ‘중앙 1호 문건’에서도 언급되었던 농정 과제들이 영역을 달리하여 반복적으로 제시된 것이 대부분이다. 다만 ‘개혁・혁신’과 ‘농업현대화’라는 올해 ‘중앙 1호 문건’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내용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국가 전반의 개혁을 심화한다는 시진핑 정부의 국정어젠다를 반영하여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농업분야의 개혁 과제가 비중있게 다루어졌다. 신형 농업경영시스템 구축, 농촌집단재산권제도 개혁, 농촌토지제도 개혁, 농촌금융체제 개혁, 수리(水利) 및 임지(林地) 재산권제도 개혁, 공소합작사(供销合作社) 및 국영농장체계 개혁, 농촌지역 거버넌스 혁신 등이 주요 개혁 과제로 제시되었다. 이중에서도 농촌토지제도 및 농촌집단재산권제도의 개혁, 신형 농업경영시스템 구축 등은 농민들의 재산권 행사를 강화하고 영농규모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써 최근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농업분야의 개혁 이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지난해 11월 농촌토지의 유동화를 촉진하고 영농규모화 실현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명의 문건을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1월에는 농촌집체재산권제도 개혁 시범사업 추진에 관한 문건을 발표하였다. 이 문건에 기초하여 올해부터 농촌토지 수용제도, 농촌집체소유 개발용지 시장진입제도 그리고 농촌주택지제도의 개혁 시범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조만간 농촌집체재산권제도 개혁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별도의 문건도 제정할 계획이다. 한편 신형 농업경영시스템 구축과 관련하여 주목되는 것은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농외자본의 농업진출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조만간 농외자본의 농업진출은 장려하되 ‘비농업화’를 방지하기 위한 농외자본의 농지임차 관리감독 방안을 제정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시진핑 정부가 추구하는 4화동보(四化同步; 공업화, 정보화, 도시화, 농업현대화) 발전 전략 실현에서 농업분야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인식하에 농업현대화 추진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중국의 농업현대화는 기존의 양적 성장방식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방식으로의 전환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 올해는 국가식량안보를 위한 식량생산 능력 증대, 농업구조조정 추진, 농산물 품질 및 식품안전 수준 제고, 농업과학기술 혁신, 농산물 유통 혁신, 농업생태환경 보호 강화 등이 농업현대화를 위한 주요 추진과제로 제시되었다.
 

국가식량안보와 관련해서 주목되는 것은 현행 ‘식량 성장책임제(省长责任制)’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국가식량안보의 책임을 분담하는 일부 성급 지방정부가 식량의 생산과 유통을 소홀히 하거나 중앙정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상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이다. 성급 지방정부에게 해당 지역의 식량 생산, 비축, 유통, 소비 단계의 각종 책임을 부여하고, 지방정부의 고위 간부에 대한 업무평가 시 이행실적에 대한 평가 비중을 높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무원은 이미 올해 1월에 이에 관한 문건을 제정하여 각 지방정부에 하달한 상태다.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은 중국이 공식 문건에서 6차산업화의 기본 개념을 응용하여 ‘1차・2차・3차 산업의 융합’을 통한 농촌발전 방안을 제시하였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국은 농식품기업과 협동조합·농가의 연계시스템을 기초로 한 ‘농업산업화경영’ 개념에 기초하여 농업·농촌의 발전을 언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올해 ‘중앙 1호 문건’에서는 농촌지역에서 ‘1차・2차・3차 산업의 융합’을 통해 농업부문의 가치사슬을 연장하고 부가가치를 제고하여 궁극적으로 농가소득을 증대시키는데 기여할 것을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올해 ‘중앙 1호 문건’은 2004년 이후 발표되었던 그것과 비교하여 농정 추진을 뒷받침할 입법조치의 필요성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아무리 좋은 정책을 개발하여 각종 문건을 통해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률・법규가 없이는 실질적인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중국 정부가 그동안의 관행으로부터 벗어나 정책의 집행력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진일보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중앙 1호 문건’에서는 농민의 재산권 보호, 농산물시장 유통 및 조정, 농산물 품질과 식품안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책임분담, 농업자원환경 보호, 농촌금융 등의 영역에서 법률체계를 구축할 것을 강조하였다.
 

중국은 지금 지난 30여 년 동안의 고속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중·저속성장이 일반화된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거대한 전환 국면에 중국 농업 역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도농 간 소득격차는 여전히 크게 벌어져 있고, 생산비 상승에 따른 고비용 생산구조로의 이행이 가속화되고 있다. 주요 농산물의 국내가격 상승으로 인한 국제시장에서의 수입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 우리나라를 비롯해 호주 등 선진국과의 FTA 체결도 증가하여 국내 농산물시장의 개방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2015년도 ‘중앙 1호 문건’은 ‘농촌개혁’과 ‘농업현대화’를 통해 중국 농업이 당면하고 있는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시진핑 정부의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농업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결코 녹록지 않고, 농업부문이 중국 경제의 아픈 손가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농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시진핑 정부의 국정기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부터 신기록을 갱신하며 삼농문제를 주제로 발표될 2016년도 ‘중앙 1호 문건’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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