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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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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추가격 상승과 언론보도에 관한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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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병옥
KREI 논단 | 2015년 6월 8일
최 병 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필자는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를 포함한 채소류 관측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해당 품목은 채소류 민감 5대 품목으로 불린다. 필자의 업무가 채소류 수급 및 가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채소류 가격변동과 관련된 기사를 작성하려는 언론매체와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갖는다.  
 

현 정부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및 수급안정을 정책과제의 핵심으로 선정하였기 때문에 언론에서 채소류 가격변동성에 대한 의문과 이에 따른 해결방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은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한다. 이러한 노력이 언론의 역할이고 더 나아가서는 농산물 수급 및 가격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필자가 통화한 일부 언론매체는 채소류 가격변동의 구조는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5월 중순 고온 및 가뭄피해로 잠시 가격이 상승했던 시기와 향후 고온 및 가뭄피해가 확산되어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에 대한 강력한 동의를 구하려고 노력한다. 한 발 더 나가서 통상적으로 6월 중하순에 정식이 이루어지는 강릉 안반데기와 같은 경우는 6월 상순의 가뭄과 고온으로 정식이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배추 가격이 가을까지 고공행진 할 것을 우려한다. 물론 현 상황에서 고랭지의 가뭄 및 고온은 사실이나 기상청은 6월 중하순에 비가 내린다고 예보하고 있으며 생산자도 이 시기를 기다려 정식을 준비하고 있다. 
 

언론보도가 배추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을 우려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나 최근 몇 년간 배추 수급상황을 이해한다면 “배추 가격 1월 대비 58%상승”으로 표현되는 언론보도는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2년간 배추가격은 주산지 작황호조와 소비부진 때문에 가격하락세가 지속되었다. 작년 6월에는 세월호 사건의 여파로 소비부진이 지속되어 6월 배추 상품 10kg 도매가격이 3,750원으로 생산비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었다. 또한 올해 1월은 주산지인 해남, 진도 지역의 기상이 양호하여 배추 상품 10kg 도매가격이 2,920원으로 가격이 낮았던 작년 6월에 비해 830원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다시 반전되어 2015년 5월 중순에는 월동배추 저장량 감소, 봄배추 재배면적 감소, 가뭄 및 고온피해 발생으로 출하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하여 10kg 상품 가격이 10,000원 수준으로 잠시 상승하였다. 또한 5월 하순부터는 가뭄 및 고온피해가 지속되지만 봄배추 출하지역 확대, 메르스 발병으로 학교급식 및 외식소비가 감소하여 배추 10kg 상품 가격이 6,000원 수준으로 하락하였으며 향후에도 소비부진에 따른 가격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봄배추 주산지인 문경, 영월 등의 지역에서는 5월부터 지속된 가뭄 및 고온피해 때문에 양수기, 스프링클러 등을 동원하여 물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를 경제학적으로 해석하면 기상의 영향으로 출하량 감소가 예상되지만 개별 생산자는 시장가격 상승을 기대하여 생산요소를 추가적으로 투입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사상최대 수준의 가뭄과 고온이라는 외생변수가 배추 생산비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시장가격은 생산비와 기타경비를 포함하여 적정이윤이 보장된 합리적인 수준으로 결정되어야 생산자 소득이 보장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메르스 발병이라는 또 다른 외생변수가 김치소비를 위축시켜 배추 가격상승을 제한하고 있으며 3년째 동일 시기에 생산자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올해까지 배추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생산농가 및 유통인에게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히게 되고 내년부터는 재생산이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을 수 있다.
 

일반 가정은 김장철에 김치를 담아 김치냉장고 등에 저장하여 먹기 때문에 김장철이 아닌 시기의 배추가격 상승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 오히려 상시적으로 김치를 소비하는 급식업체, 식당, 김치제조업체 등이 배추 가격변동에 민감하다. 그러나 이들은 배추가격 변동에 대한 과거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가격상승 시기에는 얼갈이 김치, 총각무와 같은 대체 메뉴개발, 저장배추 사용 등으로 가격변동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회피하려 노력한다.     

배추를 비롯한 채소가격의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진다면 김치를 비롯한 먹거리 산업의 안정적 성장이나 유지가 어려우므로 일정부분 정부의 시장개입이 필요하다. 정부도 채소류 관련 사업의 안정적 성장과 물가안정을 위하여 민감 5대 품목의 수급메뉴얼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2014년에 배추를 비롯한 채소류 작황 호조에 따른 공급과잉에 대해 정부가 약 173억 원 규모의 시장격리 및 수매비축을 실시한 바 있다. 최근 10년 동안 약 400억 원 규모의 시장격리 비용이 사용된 것을 고려한다면 작년에 배추 가격하락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이었는지 알 수 있다.
 

지금은 배추가격이 가뭄 및 고온으로 출하량이 감소하여 평년을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메르스 발병으로 소비감소가 예상되어 가격이 하락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추가격 작년대비 큰 폭 상승으로 서민경제 주름살”, “기초농산물 물가폭등” 등의 자극적인 언론보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우려된다. 이런 식의 언론보도는 채소류 가격 이면에 감춰진 기저효과, 기상변화, 소비위축 등의 중요한 모습은 외면하고 현 상황을 스포츠 경기처럼 중계방송 하는 것이다. 또한 농산물 가격은 항상 낮은 수준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소비자 인식을 확산시켜 배추를 비롯한 채소류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면적이 제한적이고 사계절이 뚜렷하여 주산지 기상변화가 심한 국가는 일정 수준의 채소류 가격 변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언론에서 이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경우에는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 수입증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농산물 수급은 생산, 소비, 수출입, 기상 등에서 끊임없이 변동하여 시장에서 항상 새로운 가격이 발견되기 때문에 시기에 따라서는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 정부도 채소류 수급 및 가격안정이 매력적인 정책목표이기 때문에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으며 언론은 이를 달성할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그러나 채소류 수급 및 가격안정은 생산자 조직화를 통한 계약재배 확산, 생산자 단체의 마케팅 능력 향상, 밭기반 정비 및 용배수로 확충, 농기계 개발 및 보급, 기상변화에 강한 품종개발 등의 다양한 분야의 정비가 필요하다. 즉, 배추를 비롯한 채소류 수급 및 가격안정은 단기적인 성과가 미비하고 중장기적으로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당분간 일정 수준의 가격변동은 지속될 것이다. 

향후 배추 및 채소류 가격변동과 관련된 언론기사가 단순히 가격의 높고 낮음을 정서적 문제로 부각하기 보다는 채소류 수급 및 가격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성숙된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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