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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유통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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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성진
KREI 논단 | 2015년 6월 15일
박성진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에서 농산물 유통정책을 명시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반이다. 당시 정부의 대책은 농협의 계통출하를 통해 유통마진을 축소하여 농가수취가격을 증가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1990년대 초반 UR협상과 농안법 파동을 계기로 본격적인 농산물 유통개선 대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정권에 따라 유통효율성 제고, 산지조직육성, 가격 안정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였다.

이번 정부에서도 ‘생산자는 더 받고 소비자는 덜 내는 유통구조 구축’을 목표로 2013년 5월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발표하였고, 2014년 5월에는 1년간의 성과를 평가하여 보완대책을 발표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유통비용 절감을 위한 직거래 등 대안유통 확대, 생산자단체 유통계열화, 도매시장 효율화, 가격변동성 완화를 위한 수급관리 체계화와 도매시장 정가수의매매 확대 등 이다.

이러한 정부정책과 지원 사업에도 불구하고 농업을 둘러싼 내·외부적 환경의 변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지속적으로 농산물 유통의 비효율성과 가격의 불안정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정부에서 많은 재원과 시설, 인력을 투자하여 다각적이고 지속적인 농산물 유통정책과 지원 사업을 진행하였지만 그 성과가 제한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인 문제는 농업계와 소비자, 그리고 정부의 인식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산지유통의 경우 농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과 지원 사업으로 다양한 형태의 조직과 시설이 이루어져 일부 우수 운영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산지출하는 여전히 개별출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농민과 농업계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 노력 및 자세의 부족이 한 원인일 수 있고, 농민과 농업계의 적극적 참여 유도를 위한 노력이 부족한 부분도 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농업도 이제 무한 경쟁시대에 진입하였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다양한 사업에 의존하기보다 생산자가 자발적으로 협동조합이나 생산자 연합 조직을 만들고, 생산품에 대한 품질, 독특성, 차별성 등을 바탕으로 홍보와 판매 계획을 수립하고 고정적 출하처를 확보하고 농가소득 증진을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소비자들의 농산물 구매 자세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농산물의 품질 차이를 정확히 판단하여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도 일반 공산품과 같이 토지, 노동, 자본과 같은 요소들, 품질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농민과 유통주체들의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 생산되는 하나의 제품이다. 따라서 고품질 농산물의 경우 그 가치를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려는 소비의식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는 기반시설 증설 중심의 정책 및 지원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산지의 자발적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정책과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시장경제 원리에 맞추어 농산물 유통 전 분야에서 자율적 경쟁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유통정책은 경쟁을 촉진하기보다는 저해할 우려가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농협의 효율성, 생산성, 협동조합으로서의 진정성 등에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산지유통분야에서 소비지 시장까지 농협을 통한 계열화 추진은 생산자 소득과 소비자의 효용 증가를 위한 경쟁을 촉진하기보다는 독점시장을 조장할 우려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농협 조직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이는 과거 70∼80년대 정부에서 농협을 중심으로 시행했던 농산물 유통정책과 어떠한 차별성이 있는지 한번쯤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고, 소비자의 라이프 사이클과 소비패턴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 및 농산물은 아직도 과거의 추억 속에 존재하는 것 같다. 생산자는 생산품에 대한 품질, 차별성 등을 바탕으로 자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유통주체들은 생산자와의 공존과 소비자의 만족을 염두에 두고 유통활동을 하며, 소비자는 농산물의 가치를 보다 정확히 평가하려는 소비의식을 가질 때, 그리고 정부는 시장에서 합리적이고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다양한 유통경로 육성을 통해 유통과정이 효율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때 생산에서 소비지까지의 모든 주체들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농산물 유통구조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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