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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인 가뭄 대책 강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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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2015년 6월 23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작년 말 이후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가뭄 피해지역이 수도권과 강원도, 인천광역시 강화지역, 경기도 파주지역 등만이 아니라 충북, 경북 등 중부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가뭄은 체계적인 기상 관측이 이뤄진 1973년 이래 최악의 가뭄이니, 100년만의 가뭄이니 하는 얘기가 등장할 정도로 심각하다. 농작물의 생육 장애로 배추가격이 급등해 이른바 ‘금배추’ 논란이 제기되고, 생활용수의 부족으로 인한 제한 급수 지역이 나타날 정도로 심각하다.

100년 빈도 가뭄 대응 방식 다양

현재 대부분의 농업 수리시설이 논 위주로 개발돼 있지만, 가뭄 심각 지역에서는 논에서 모내기마저 곤란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전체 논 면적의 약 80%만이 인위적인 관개가 이뤄지는 수리답이며, 수리답 중 약 74%만이 10년 빈도 가뭄에 대응 가능한 것으로 조사돼 논의 약 60%만이 10년 빈도 가뭄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100년 빈도의 가뭄이라는 최근의 현상에 대부분의 수리시설은 충분히 대응할 수 없다.

우리나라 농지 이용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물 이용이 유리한 농지는 논으로 개발되고 나머지가 밭으로 개발되는 경향이 있어 밭 중심인 강원도 지역이 특히 가뭄 피해가 극심하다. 밭의 경우 인근 하천이나 수리시설에서 지표수를 끌어들여 사용하거나 지하수 활용 기반이 부분적으로 조성돼 일부 밭 지역에서 용수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밭 농업은 기본적으로 하늘에서 내리는 강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인데, 특히 강원도 북부 지역 등에서 작년 말 이후의 강수량은 평년의 1/3 수준에 불과하여 가뭄 피해가 심각하다.

강원도 지역의 봄 배추 생육 장애와 농산물 생산 감소라는 가뭄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차량을 동원해 먼 거리에서 물을 공급하기도 하고, 암반 지하수 개발을 시도하기도 하며, 강화도 지역에서는 해병2사단과 강화소방서의 살수차 동원, 경기도 김포시에서 3㎞정도의 연결수로 설치 사업 추진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된다. 이 모든 활동들이 농업인들의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농산물 수급 불안정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하는 절박한 심정을 잘 나타내는 것이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많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게 된다. 이러한 대책은 지속될 수 없으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농어촌공사 등 관계 기관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뭄 대응 종합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대책수립 전 사회적 합의과정 필수

근본적인 가뭄 대책을 수립하자는 주장은 강하게 제기되지만, 대책의 방향및 내용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크다. 어떤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 및 합의 과정이 선결돼야 한다. 예컨대 요즘 가뭄이 100년 빈도 가뭄에 해당된다고 확인하더라도 100년 빈도 가뭄에 대응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모든 수리시설을 100년 빈도 가뭄에 대응 가능하도록 재정비(개보수 및 재개발)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러한 주장의 비현실성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근본적인 가뭄 해소 대책 수립과 관련해서는 기존 농업 수리시설의 획기적 재정비가 우선적으로 강조될 필요가 있으며, 안정적 용수 기반을 갖춘 수리시설이나 대규모 하천과 그렇지 않은 지역 사이를 연결하는 수로를 건설하거나 지역 특성을 고려한 지하수와 지표수의 적절한 이용·관리 체계 구축 등 다양한 물 공급 기반 구축이 중요하다. 물론 모든 수리시설을 100년 빈도의 가뭄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정비하는 것은 유역 특성상 불가능한 지역이 많으며, 설사 유역 특성상 가능한 지역도 엄청난 비용이 소요돼 현실화시키기 어렵다. 최소한 다른 수리시설과 비교해 약 40년 빈도 가뭄에는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수리시설을 전면 재정비해야 할 것이지만, 이를 위한 비용도 엄청나다.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수리시설의 재정비 수준과 가뭄 대책 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 및 합의 과정이 중요하다.

농업인 소득 안정까지 고려하길

또한 가뭄의 정도를 완화시키는 수리시설의 재정비만이 아니라 가뭄으로 인한 농업인의 생산 및 소득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재해 보험 제도의 개선, 소비자의 안정적 식생활을 위한 농산물 유통 및 저장 체계의 개선과 시장 기능의 회복 및 대체 농식품의 개발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물 부족 문제를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물 이용의 수요 관리 정책의 보완이 요구된다.

요컨대 심각한 가뭄 발생에도 불구하고 농업인의 생산 및 소득 안정과 국민들의 안정적 먹거리 공급 기반 구축 등을 위해서는 장기적 가뭄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정적 용수 공급 기반 구축과 더불어 적절한 농산물 저장 및 유통 체계의 구축, 재해보험제도의 개선, 식문화의 개선과 다양한 대체식품 개발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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