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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훼산업진흥법률 제정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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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기환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15년 7월 17일 
박 기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꽃에 대한 아련한 추억 하나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졸업식과 입학식이면 한손 가득 꽃다발을 들고 온 지인들이 덕담을 건네며 가슴 한가득 축하를 담아 주곤 했었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와 와인을 곁들여 사랑을 고백하기엔 너무나 주머니가 가벼웠기에 애절한 연정을 꽃 한 다발에 담아 수줍게 전했던 선남선녀들의 사랑도 있었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금이야 옥이야 키워주신 우리네 부모님께 카네이션 한 송이를 달아 드리며 고마움을 조금이나마 전하려 했던 철없는 자식들의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꽃은 누구에겐 축하였고, 누구에겐 사랑이었으며, 또 누구에겐 고마움이었다.

사치품·부정부패 온상이 되버린 꽃

이처럼 하나의 미덕처럼 여겨져 왔던 꽃은 어느덧 사치품으로 전락하였고 심지어 부정부패의 온상처럼 취급 받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소비자 조사결과에 의하면, 꽃은 돈을 주고 구입하기에 아깝다고 인식하는 소비자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60%의 소비자는 꽃 소비부터 우선 줄인다고 한다. 사회의 부정척결을 외칠 때면 당골손님처럼 꽃이 등장한다. 공무원행동강령운영지침에 적시되어 있는 선물규제 조항으로 관공서나 공공기관 등에서 꽃 수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축하화환은 정중히 사절한다는 청첩장은 이제 흔하게 보는 풍경이 되어 버렸다.

산업 기반 위태, 수입산 범람 위기

꽃은 부정(否定)되고 부정(不正)한 것으로 간주되는 사이에 시들어 가고 있다. 2005년 1조원에 달했던 화훼생산액은 2013년 7400억원으로 급격히 감소했으며, 꽃 소비도 한때 1인당 2만 1천원에서 1만 4천원까지 줄었다. 수출 효자품목으로 각광 받았던 화훼수출액은 2010년 1억 달러를 돌파하였지만, 작년에 4,000만 달러로 곤두박질쳤다. 꽃 재배농가는 내수시장을 확대하기도 해외시장을 개척하기도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 때문에 자식처럼 보듬어 오던 꽃들이 애물단지가 되어 꽃 농사를 포기하거나 다른 작목으로 전환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자칫 화훼산업의 기반은 무너지고, 수입산 꽃이 우리 시장을 지배할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화훼산업 재건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꽁꽁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얼어붙은 수출을 되살려야 하며, 꽃이 하나의 문화일 수 있다는 정서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화훼산업진흥법률 제정을 제안한다. 일본은 이미 작년 연말에 화훼산업과 화훼문화 부흥을 위해「화훼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화훼농가의 경영안정, 유통의 고도화, 수출촉진 등 전반적인 사항을 담은 법률안을 마련하고, 이를 기초로 기본방침이 수립되어 지속적인 화훼산업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농가도 품질 향상위한 노력 다해야

정부가 화훼산업 발전의 기초를 마련하는 동안, 농가는 반드시 스스로의 자구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꽃의 품질을 향상시켜 소비자의 관상기간을 조금이라도 늘려야 하며, 속박이 유통은 근절되도록 해야 한다. 수출계약을 했음에도 국내 가격이 오르면 아무렇지도 않게 계약을 파기하고 내수로 돌려 수출시장에서의 신뢰가 무너지게 했던 잘못된 관행도 없애야 한다. 이러한 정부의 방책 마련과 농가의 자정 노력이 어우러져야만 꽃을 부정하던 사회는 비로소 꽃을 인정하는 사회로 바뀌게 될 것이다. 모쪼록 화훼산업을 둘러싼 현재의 어려움이 슬기롭게 극복되어 또다시 꽃과 함께 소중한 추억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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