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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규모 와인산업 생존전략은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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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용렬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2015년 8월 26일
김 용 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미국하면 대형, 대규모 자본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미국 미주리 주의 와인산업은 미국내에서도 소규모에 속한다. 나파밸리를 대표하는 캘리포니아 와인생산량의 1%에도 못 미치는 규모이다. 가격과 질 좋은 캘리포니아 산 와인뿐만 아니라 프랑스, 호주, 아르헨티나 등 외국의 와인들과도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미국시장에서 이들은 어떻게 와인산업을 성장시키고 있을까?
 

답은 기본에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은 끈기 있게 버틴 역사, 안정된 자금, 꾸준한 연구, 기본에 충실한 혁신주체들이다.
 

첫째, 끈기 있게 버틴 역사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와인에 대한 애정과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주리 와인생산은 1840년경에 처음 시작됐다. 19세기 미국 와인산업에서 미주리는 캘리포니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그러나 1919년 금주령에 따라 미주리 와인산업은 거의 붕괴됐고, 간신히 명맥만 유지했다. 그러다 1970년대 들어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다. 끈기있게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둘째, 안정된 자금이다. 미주리 주정부는 와인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1984년 와인세(wine tax)를 도입한다. 이 와인세는 미주리 와인산업 기본체력을 만드는 핵심이다. 현재 미주리에서 판매되는 와인에 갤런 당 12센트를 부과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된 자금은 포도 품종 개발, 와인 양조 기술 개발, 홍보 등에 사용되고 있다.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지방정부 스스로 와인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자금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셋째, 꾸준한 연구다. 위에서 확보된 자금은 연구개발 분야에 가장 많이 투자되고 있다.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소는 포도와 와인연구소(Grape and Wine Institute)이다. 이 연구소는 미주리 대학에 있고, 대학교수와 전문연구자들이 미주리만의 포도와 와인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미주리 환경에 맞는 포도품종 개발, 재배기술, 미주리 와인만이 갖는 독특한 풍미 찾기 위한 와인연구가 주를 이룬다. 안정된 자금은 연구개발에 투자되고, 연구개발은 지역대학이 담당하고, 연구자들은 미주리만의 포도와 와인을 연구하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의 지역특산물과 연관된 지자체 연구소들은 어떠한가? 안정되지 못한 자금과 연구보다는 행정에 더 매달려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넷째, 기본에 충실한 혁신주체들이다. 미주리 와인산업의 혁신주체는 미주리 와인과 포도위원회(Missouri Wine and Grape Board), 포도와 와인연구소, 와이너리와 포도농가들이다. 미주리 와인 포도위원회는 와인세로 확보된 자금을 포도와 와인연구소에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자금을 집행한다. 그리고 미주리 와인에 대한 홍보와 마케팅을 집중한다. 이 위원회가 미주리 와인산업 전체를 컨트롤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포도와 와인연구소는 대학내에 위치하고, 순수 연구자들로만 구성됨으로써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체계이다. 와이너리와 포도농가들은 미주리 와인양조협회와 미주리 포도재배농가협회를 결성해 정기적인 워크샵과 세미나를 통해 정보를 교환한다. 그리고 이들 단체간 공동으로 미팅을 열어 최신 기술정보와 상호교류를 증진시키고 있다. 상호 협력체계가 잘 구축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미주리 와인산업은 각 주체가 해야 할 기본역할을 충실하고 끈기있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이러한 체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체계를 갖고 있다. 다만 지역 농특산물을 이용한 산업은 오랜 역사성이 먼저 바탕이 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도 끈기 있게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안정적인 자금이 확보되지 못한다는 점과 각 주체들이 자신이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미흡하다는 점, 지자체 장이 바뀔 때마다 변화되는 정책으로 인해 지속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행정은 행정에 충실하고, 연구소는 연구에 충실하고, 그 결과가 농가와 해당 산업계에 직접적으로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인 체계가 충실해야 농촌지역이 활성화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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