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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음식관광에 주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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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농민신문 기고| 2015년 8월 31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올해 밀라노 엑스포의 주제는 ‘지구 식량공급, 생명의 에너지’이다. 한국은 ‘한식, 미래를 향한 제안 : 음식이 곧 생명이다’를 주제로 삼았다. 인류가 당면한 과제를 식량으로 봤고, 그 대안을 우리는 음식으로 제안했다. 얼마 전 발표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농촌관광 수요 중 선호 1위를 차지하는 것도 음식관광이었다. 최근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는 <삼시세끼>나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요리를 주제로 삼거나 혹은 유명 셰프들을 등장시키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건강하고 즐거운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음식에 대한 높은 관심은 농업·농촌의 활로를 찾는데 가능성 높은 대안을 제시한다. 가령 음식관광은 풍토가 묻어있는 건강한 식재료 구득과 향토성을 갖춘 음식체험, 관련 역사·문화에 대한 스토리까지를 모두 연계하는 창조산업의 종합판이다. 좋은 먹거리를 즐기면서 관련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충만함까지 향유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그러한 경험을 제공하는 과정에 농산물 가치가 높아질 수 있고 셰프(전문 요리사) 혹은 소믈리에(포도주 전문가)를 위시한 관련된 재능과 기술보유자, 푸드큐레이터(음식문화해설사) 등 새로운 유형의 직업 종사자도 창출될 수 있다.


이러한 소비가 활발해질수록 농업·농촌의 발전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잊혀가는 지역의 음식문화 정통성과 정체성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들이 활발해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그 식재료 기반이 되는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 식자원의 새로운 발견과 함께 지역 유산이나 경관정비 등을 통한 음식문화 산업화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농산물 수요 창출, 가치의 가격 반영,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음식관광 선진국들의 경험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경우 전체 관광소비 중 30% 이상이 음식소비에서 나왔고, 이탈리아 와이너리(포도주를 만드는 양조장) 관광객의 하루 평균 지출은 200유로에 달했다. 특히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음식관광은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이러한 국가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음식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세계적 대중매체를 통한 마케팅으로 미식국가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프랑스는 농식품진흥공사를 설립해 50여년 이상 자국 음식문화를 전 세계에 홍보함으로써 층성도 높은 소비자를 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 음식관광 선진국의 공통점이 농업 선진국이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우리도 음식관광을 농업·농촌 발전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지역 특색을 보유한 향토음식의 정체성 확보가 중요하다. 같은 음식이라도 지역별로 특화된 식재료나 제조방법을 부각하고 이를 경관·역사·문화 등과 결합해 매력적인 이미지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음식의 질적 제고와 일관성 확보가 필요하다. 신뢰를 줄 수 있는 친환경 로컬푸드 생산, 지리적표시제 운용을 비롯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 지속성이 확보돼야 한다.


셋째,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 식재료 생산부터 공급·조리·식품안전성 확보, 여행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이해집단의 연결망 작동을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넷째, 체계적인 마케팅과 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선진국들은 몇십년 동안 꾸준히 자국의 먹거리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창출하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육성해 왔다. 이의 기반이 되는 관련 연구와 지식의 발전을 촉진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음식문화에 대한 통합적 정보 구축과 제공, 세분화된 시장조사가 누적될 때 한차원 높은 음식관광, 농업·농촌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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