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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 수출, 제2의 도약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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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기환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15년 9월 15일
박 기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수출 100억불 달성!!!’. 당시로서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100억달성 달성에 기여했던 관계자들은 무슨 훈장인가를 받았고, 이 모습은 전국에 생방송으로 전해지며 기념우표까지 발행했던 걸로 기억된다. 아마도 지금으로부터 38년 전인 1977년이었던 것 같다. 별다른 자원이 없었던 우리로서는 수출에 온힘을 쏟을 수밖에 없었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현대화의 기초를 다질 수 있었다. 물론, 그 시절 저임금과 저농산물 가격으로 힘들었던 많은 근로자와 농업인의 땀방울과 눈물이 없었더라면,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40여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 수출액(2014년)은 5700억 달러로 무려 57배나 증가하였다. 이런 기세라면 ‘1조억 불 달성’의 시대가 도래하는 건 시간문제가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20년간 수출액 6배 증가 기적적


농·식품 수출액도 1990년대 초 10억 달러에서 2014년 62억 달러로 크게 신장되어 국가 전체의 수출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일반 공산품은 첨단설비를 갖추고, 계획적인 생산으로 규격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시스템이지만, 농업부문에서 이러한 체계를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불과 20여년 사이 6배가 넘는 수출을 기록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국가 전체 수출액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8배 정도 증가했으니깐 척박한 환경에서도 농식품 수출은 가히 눈부시다 할 수 있다.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파프리카는 한때 9000만 달러까지 수출되었고,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고려인삼은 2억 달러가까이 수출하였다. 꽃과 김치는 1억 달러 이상 수출된 적이 있으며, 배도 6천만 달러로 순항 중이다. 국내품종 개발로 인기몰이 중인 딸기는 3000만 달러를 넘어서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전체의 수출증진에 발맞춰 농업부문도 착실히 수출산업화의 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복병을 만났다. 엔저 여파로 대일본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들의 수출이 급격히 곤란해졌다. 일본 수출의존도가 높은 꽃은 엔저가 지속되기 이전의 1/3 수준으로 급감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김치와 파프리카도 대일본 수출액이 각각 49%, 12%나 감소하였다. 여기에 중국의 경제성장이 주춤하고 수출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대중국 수출도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이는 비단 농업부문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해 1월부터 국가 전체 수출액은 마이너스로 돌아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지난 8월은 작년보다 15%가 줄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 이후 6년 만에 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하고 있다.


엔저·중국경제 주춤 불구 고군분투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가 전체의 수출 침체 기저 속에서도 농·식품의 1~7월 누적 수출액은 전년 동기 0.5% 감소에 그쳤다는 점이다. 어려운 여건임에도 각계의 노력에 힘입어 농업부문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부도 농·식품 수출확대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하반기 수출확대를 위해 지난 7월 ‘농·식품 수출 비상점검 특별팀(TF)’을 가동하고 있다. 또한, 수출 가능성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검역 협상을 추진하고, 추경예산을 적극 활용하여 해외 홍보 강화와 현지 판촉행사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할랄’식품 수출대책도 차질 없이 시행하고, 중국시장 수출확대 대책을 조기에 추진하고자 한다.


혹자는 우리나라 수출에서 농업의 비중이 미미한데, 굳이 정부까지 힘을 합쳐 농식품 수출을 장려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그 말에 선뜻 동의하기는 힘들다. 국내농업은 농업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시장개방 폭이 확대되어 밀려드는 저가의 수입농산물에 설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우리가 먹고 있는 가공식품의 원재료는 저가를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이미 상당한 비중이 수입산이다.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여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의하면, 농·식품 수출 중단 시 국내 과일·채소 가격이 6% 하락하여 관련 농가의 소득은 10~18% 감소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농정 목표의 근본인 국내 농산물 가격지지와 농가경영 안정을 위해서도 수출은 피할 수 없는 필수조건이다.


농가경영 안정 위해 수출은 필수


지난 9월초, 2014년 농림업 생산액이 발표되었다. 농림업 총생산액은 2013년보다 1% 증가하였는데, 이는 축산업과 임업이 각각 16%, 17% 증대된 것에 기인한다. 오히려 식량작물은 2013년에 비해 9%, 채소 8%, 과일 13%, 화훼는 4% 감소하였다. 기본적으로는 생산량이 증가한데다 소비도 위축되어 가격이 하락하였기 때문이지만, 여기에는 수출부진 물량의 국내유입도 한몫했을 것이라 판단된다. 올해도 쌀을 비롯한 과일, 일부 채소 작물의 생산량이 많을 듯하다. 자칫 두해 연속 생산액이 감소하여 농업부문의 위축이 가속화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국가의 식량안보 차원에서 이는 심각한 문제이다. 최근의 경제침체로 국내 소비확대는 한계가 있어 농산물 가격을 조금이나마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도 수출증대가 필요하다. 모쪼록 정부의 농·식품 수출확대 정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혹시나 보완이 요구되는 부분은 없는지 면밀히 점검하여 농·식품 수출의 재도약을 기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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