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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국제개발협력’ 준비가 성공의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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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허장
농민신문 기고 | 2015년 9월 16일
허 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엔(UN)이 9개의 천년개발목표(MDGs)를 발표한 지 15년이 지났다. 이달엔 또 다른 15년을 목표로 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가 UN 총회에서 발표된다. 2000년도에 국제사회가 새 천년을 맞는 폭죽을 터뜨렸다면 2010년에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함으로써 여타 개도국에 원조를 하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탈바꿈하는 잔치를 벌였다.


지난 10년 동안 농업 분야 국제개발협력(ODA)은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국제협력 예산은 2006년 3억5400만원에서 지난해 약 40배 늘어난 139억9100만원이 됐다. 9년 동안 총 57개의 사업이 시행됐고, 최근에는 국제농업개발기금(IFAD)이나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와의 공동협력사업을 실시하는 등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외에서 새로운 국제개발협력 아젠다가 수립·발표되는 상황에서 우리 농업 분야 국제개발협력의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할 것인가? 농식품부는 7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최한 한 포럼에서 ▲운영주체가 명확한 인프라 시설 지원 ▲기능별로 구분된 사업모듈에 따른 지원 ▲기검증된 사업의 타 국가로의 확대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필자는 여기에 더해 농식품 관련 기관의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한 기술협력을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기술협력에는 첫째로 초청연수나 전문가 파견을 통한 정책 혹은 전략 수립의 자문같이 그 자체로 사업이 마무리되는 것과 둘째로 부문별 마스터플랜 수립, 구체적 사업에 대한 타당성 연구, 사업의 설계 혹은 심사와 같이 차후에 시행될 사업의 준비를 위한 것이 포함된다. 셋째로는 프로젝트가 시행되는 도중에 실시하는 공사의 감리나 시설·장비와 관련된 교육 등도 기술협력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다. 필자는 이 가운데 첫째와 둘째에 초점을 맞춘 사업들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추진한 개발협력사업 대부분은 다양한 경로로 제안된 사업들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이 1~2회에 걸쳐 단기간 현지에 나가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대상국의 관련 부서와는 세부적인 내용까지 상세하게 합의하지 못하고 짧은 만남만 가진 채 사업에 착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사업이 착수된 이후 봉착하는 뜻하지 않은 어려움들은 사전에 기술협력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됐어야 한다. 기술협력을 통해 기본적으로 어떠한 종류나 규모의 새로운 개발협력사업이 어느 지역에 얼마의 기간으로 필요한지 조사되고 대상국 공무원 혹은 전문가와 충분히 논의가 이뤄진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업종료 이후 개도국의 지속가능하고 책무성 있는 사업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사업이 너무 속전속결로 시작된다. 앞으로는 각계각층의 전문성을 충분히 동원하고 활용해 사업을 차근차근 만들어 가야 한다. 개발협력사업의 착수를 위한 사전 단계부터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은 시작 전에 이미 반을 해놓으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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