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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방 소멸론’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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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농민신문 기고 | 2015년 12월 4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근래 일본에서는 ‘지방 소멸론’이 논의된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고 농어촌의 젊은이들이 대도시로 빠져나가면서 가까운 미래에 전국 지자체의 상당 부분이 소멸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문제는 지방 소멸의 결과가 몇몇 지자체 소멸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존위까지 위태롭게 한다는 데 있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생산활동에 종사할 수 있는 노동력의 감소와 소수가 부양할 노령인구의 증가를 뜻한다.

국가의 생산과 소비활동 사이클의 불균형과 함께 생산 부문의 불균형에 따른 성장의 한계 봉착, 비정상적 복지비용 증가, 세대 간 갈등, 부문 간 갈등, 도시와 농어촌 간 갈등, 부족한 노동력 충원을 위한 이민 유입에 따른 부작용 등 그야말로 총체적인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문제로 국가의 지속적 성장은 물론 유지도 어렵다는 경고다.

일본이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꺼내든 처방 중 하나가 지역 재생이다. 도시 재생이 아닌 지역 재생이라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 지방 소멸을 방지할 효과적 대응책이니만큼 도시 재생이 대안이 아님은 당연하다. 나아가 구체적인 지역 재생 처방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농어촌의 마을 자립형 경제 공동체 구상이다. 지역의 경제구조를 외부 자원 의존형에서 지역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자원, 주체 간의 유기적인 연결망 활성화 등과 같이 농어촌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하부 시스템을 견고히 구축해 해결하자는 것이다.

또한 고령자에게 친화적인 마을 만들기도 부수적인 처방으로 제시된다. 이는 일방적이고 대증적인 복지 처방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령자들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마을 만들기이다. 범정부 기구로 ‘마을·사람·일 창생본부’를 두고 농어촌 마을에서 일이 생겨야 일이 사람을 부르고, 그 사람이 다시 일을 부르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우리의 사정은 어떠한가. 이웃나라 일본의 ‘지방 소멸론’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고 그리 먼 미래의 일도 아니다. 당장 우리도 2017년부터 출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유소년 인구가 노년층보다 적어지게 된다. 2021년부터 노동력 부족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우리도 일본 못지않게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귀농·귀촌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라고는 하나 1970년대 도시화·산업화 시대 이후 오랜 기간 이촌향도(離村向都)형 인구 이동의 누적으로 농어촌의 소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저성장 고착, 복합 디플레이션, 인구절벽 등 일본과 비슷한 조짐들도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농어촌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도시 재생을 통해 지역 경쟁력을 키우고 효율화해야 한다’ ‘그동안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줄고 있는 농어촌에 투자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등과 같은 진부한 목소리가 여전히 힘을 얻고 있지 않은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당장 눈앞의 시간 그리고 작은 지역의 손익 계산을 넘어 미래의 안목으로 국가적 시각에서 따져보면 ‘지방 소멸론’에 즈음해 일본이 꺼내든 처방이 의미 있음을 다시 새겨봐야 할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OECD 국가들의 성장을 견인하는 데 농어촌의 기여도가 47%였다고 보고한 바 있다. 농어촌을 시혜와 보조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유지와 성장에서 차지하는 절대적 위상과 비중을 감안한 투자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 농어촌 없이는 국가나 미래의 성장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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