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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부대와 재활용이 공존해도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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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기환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16년 4월 22일
박 기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4월이 벌써 중반을 지나가고 있다. 지천에 만발했던 꽃들로 향춘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4월이었으며, 농촌은 농촌대로 도시에서는 도시대로 저마다 지역의 참 일꾼을 뽑고자 떠들썩했던 4월이었다. 2년 전 안전 불감증으로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던 잊혀 지지 않는 4월이기도 하며,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힘겨운 4월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4월의 다양한 사건 중에서도 가장 큰 이슈는 새로운 20대 국회의 탄생이라는 걸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농업부문에 영향을 미칠 몇 가지 법안이 발의되어 개정 준비를 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법안이 이른바 ‘김영란 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률에서는 직무와 관련된 100만원 이하의 금품수수 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예외대상 가액범위는 5만원으로 정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5만원 이상의 농축산물을 전달할 경우 금품으로 처벌받게 되는 것으로서 오늘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김영란법과 종자산업법의 운명

이미 주지하다시피 우리는 명절이면 사과와 배 같은 과일과 한우를, 승진이나 부의(賻儀) 시에는 꽃을 전하는 암묵적 전통이 형성되어 있다. 지나치게 비싸거나 너무 화려하지만 않다면,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그 누구도 그것을 금품수수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수 덕분에 과수농가와 축산농가, 화훼농가는 개방화의 파고 속에서도 묵묵히 버티며 농촌을 지켜 오고 있다. 이는 다시 농촌 활성화와 농축산부문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굳이 거창한 농촌경제 활성화의 구호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이대로 법률이 확정되어 시행된다면, 특수는 기대하기 어려워져 자연히 가격은 하락할 것이며, 많은 농업인과 축산인의 소득 감소는 불가피해져 농축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식량안보와 안전하고 안정적인 식료공급 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농축산물 자급률 유지를 위한 또 다른 지원책이 마련될 것이다. 오히려 필요 없는 사회적 비용만 발생시켜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우를 범하게 되지는 않을까. 새로운 국회에서는 사회정의 확립을 위한 법률 제정의 본래 취지는 충분히 살리되, 농축산업의 위축은 막을 수 있는 합리적 결정이 도출되도록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지속가능 성장위한 재검토와 추진

19대 국회에서 진행되었던 또 다른 법률은「종자산업법」개정이다. 종자는 농작물 생산을 결정짓는 원천으로서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별도의 종자산업법도 마련되어 있으며, 종자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등록하게끔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종자를 이용하는 육묘산업은 어떠한 법적 장치도 없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상태이다.
 

최근 육묘의 시장규모는 2,400억원 내외로 국내 채소종자 매출액 2,600억원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신장하고 있다. 그만큼 육묘를 구입하는 농가가 증가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육묘산업이 확장되는 만큼 육묘로 인한 분쟁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육묘업체 중 69%는 판매한 묘로 인한 분쟁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육묘산업은 성장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정능력은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육묘산업의 제도권화를 통해 산업의 균형적 성장을 유도하고자「종자산업법」내에 육묘를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마련하였다. 19대 국회에서는 개정안을 확정짓지 못했지만, 새로운 국회에서는 신속한 법 개정으로 육묘산업을 포함한 종자산업 전체의 발전은 물론, 양질의 균일한 묘 공급으로 농업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할 필요가 있다.
 

새 국회서 운영의 묘 발휘해주길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 말이 모든 사안에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새롭게 검토하여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담아내야 하는 사안이 있는가 하면, 굳이 새롭지 않더라도 이전의 좋은 의도를 신속히 활용하는 효율적 사안도 있다. 리사이클은 자원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부디 새로운 국회에서는 농축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어떤 법률은 다시 한 번 검토하고, 어떤 법률은 조속히 추진하는 운영의 묘를 발휘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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