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신기후체제 서명과 국제농업개발협력에 대한 과제
4054
기고자 허장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16년 5월 11일
허 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작년 12월 초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타결된 ‘파리 합의문(Paris Agreement)’은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2020년부터 합의된 사항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22일부터 1년간 각국이 자체적으로 비준 절차에 돌입하고, 55개 이상의 국가가 비준하거나 비준한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합계가 전 세계 배출량의 55%를 넘게 되면 이 합의문에서의 결정사항들이 발효되게 된다.

파리 합의문 혹은 파리협약은 ‘신기후체제’라고 불릴 정도로 지구적 차원에서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1997년 타결되어 2005년부터 발효한 교토의정서에서는 선진국 위주로 감축의무를 부과했지만 실제로 미국, 중국 등은 참여하지 않은 절름발이 체제였다. 반면에 2011년 제17차 더반 회의에서 본격화되어 이제 결실을 맺은 이번 신기후체제는 마침 수립, 발표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체제’와 더불어 지구환경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위기를 완화하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실천하겠다는 적극적인 국제사회의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시대 이전 상승폭인 섭씨 2도 이하로 유지하도록 목표를 세웠다. 목표달성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에는 개도국, 선진국을 포함하는 195개 회원국 모두 온실가스 감축의 의무를 지도록 해서 공동운명체로서의 역할을 강제하는 것으로 했다. 한편으로는 국가별 감축목표는 자발적으로 설정, 제시하도록 하는 상향식 방법을 채택하여 각자 역량에 맞게 실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BAU(Business as Usual,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총량) 대비 37%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하였고, 최근 언론동향으로는 파리협약의 국내 비준절차를 조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 지난 세기부터 환경ODA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ODA로 구체화되기 시작하면서, 기후변화는 이제 신기후체제 아래 환경분야 국제개발협력 생태계에서도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2010년 우리나라에 설립된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GCF)은 ‘제2의 세계은행’으로 불리며 앞으로 온실가스 감축 사업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채널로 활용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유엔 상설기구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라고 하는 엄청난 기금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 기금은 특히 개도국에게는 ODA 사업을 위한 새로운 재원으로서의 기회가 된다. 이미 2015년 11월 초 그동안 조성된 기금의 일부를 활용하여 첫 번째 기금사업 대상이 될 8개 사업이 선정되었고, 그 금융지원 규모는 총 1억 6,800만 달러 정도이다.

기후변화가 농업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특히 저개발국과 개도국에 만연한 기아문제와 인구증가로 인한 식량부족, 공급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60%의 농산물 증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농업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기후변화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한편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상에 특히 취약하다. 파리 합의문도 이에 유의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조치가 식량생산을 위협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적시하였다.

신기후체제의 출범과 녹색기후기금 등은 농업분야 ODA에서의 새로운 여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기후변화에의 ‘적응’과 온실가스의 ‘감축’이라고 하는 신기후체제의 글로벌 목표 달성을 위한 재원으로서 ODA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그 수단으로 거대규모의 녹색기후기금 등이 활용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ODA 국내 재원은 대부분 KOICA의 무상원조, 경제개발협력기금(EDCF)의 양허성 차관에 국한되었다. 각 부처, 지자체들이 제각각의 명목으로 예산을 확보하여 무상원조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기후변화와 관련된 사업으로 디자인할 경우 녹색기후기금과 같은 새로운 주제별 기금의 재원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농업분야에서 이와 연관된 주제는 많다. 근래 기후 스마트 농업, 기후 스마트 마을 등 새로운 개념의 농업・농촌 개발협력 방식이 등장하고 생태계와 조화를 이룬 전통지식 등이 개도국과의 개발협력에서 중요해지고 있음이 이를 방증한다.

기후변화를 둘러싼 새로운 국제협력 체제는 바로 이와 관련된 개발협력사업을 발굴하고 시행하라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 이 글은 기고문 일부를 보완한 것임.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