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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농식품집적단지에서 얻는 평범한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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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농민신문 기고 | 2016년 12월 9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장)


네덜란드 와게닝겐 푸드밸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농식품집적단지로 알려져 있다. 와게닝겐은 축산업이 발달한 지역인데, 와게닝겐대학과 연구소의 풍부한 연구·인력을 바탕으로 농가나 농식품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및 조언이 수시로 제공된다. 그래서 농기업들이 이 지역 입지를 선호하는데다 관련 창업도 그만큼 수월하고 활발하다. 농식품산업에 필요한 정보와 인프라를 공유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니 지역에는 일자리가 풍부해져 인재가 다시 유입되고 소비도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미 1960년대부터 농업생산 및 연구기술의 저변이 탄탄하다는 장점 때문에 농식품업체들이 와게닝겐 지역에 창업하거나 입지하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와게닝겐 농식품집적단지 활성화를 위해 아예 ‘와게닝겐 푸드밸리’라는 조직을 설립했다. 지자체·대학·연구소·은행·기업을 비롯해 유럽연합(EU)과 네덜란드 경제농업혁신부까지 협업하는 민관 협력의 파트너십 형태다. 베테랑급 전문가들이 지역 내 100개 이상의 모임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생산·가공·유통 등의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 참여자 동기 부여, 수시 연구와 조언, 전문가 연계 등을 주도하는 한편 매년 혁신제품을 선발해 시상하고 각종 전시회·세미나·홍보·상담 및 안내 창구 역할도 수행한다.

이러한 활동 덕택에 와게닝겐 농식품집적단지의 연매출은 우리 돈으로 9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네슬레·하인즈·하이네켄 등과 같이 쟁쟁한 식품기업 지사와 연구소 등 1400여개 업체가 입지하고 60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 와게닝겐 푸드밸리에서 생산한 농식품은 대부분 수출되는데, 이는 네덜란드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점유한다.

와게닝겐 농식품집적단지의 성공 요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관련 주체간의 협력과 촘촘한 네트워크다. 연구소·대학·정부·기업·중간지원조직이 협력하도록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고 꾸준한 투자와 지원을 지속함으로써 세계적 농식품집적단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당연히 오랜 기간 모두의 노력은 지역과 농업의 발전으로 선순환되는 구조를 형성했다.

무엇보다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첫째, 50년 이상 된 시간에 대한 인내다. 새로운 창업활동이 성과를 내거나 기업들을 지역에 유치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결코 짧은 기간 내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조급증은 지역과 산업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둘째, 인력 육성의 중요성이다. 연구·기술적용·상품화·마케팅의 과정마다 결국은 ‘사람’이 핵심이다. 필요한 인재와 협력하고 인재를 육성하는 데 에너지가 집중돼야 한다. 셋째, 사람들이 지역에서 정주하고 연구하며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다. 그것은 비단 하드웨어 인프라만에 한정되지 않는다. 공동 목표에 대한 공유와 상호 협력 분위기의 형성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끝으로, 미래성장산업으로서 지역연고에 바탕한 농식품을 선택한 관점을 주목해야 한다. 흔히 지역발전을 위해서 지역의 자산이나 산업과는 다소 동떨어진 영역에 몰입해 낭패를 보는 경우를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와게닝겐에서는 지역의 핵심 기반산업인 농축산업을 바탕에 두고 그에 필요한 연구 및 기술과 접목을 도모함으로써 이 지역을 세계 굴지의 농식품산업 메카로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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