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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1호문건’을 통해 본 2017년 중국 농업의 구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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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전형진
KREI 논단 | 2017년 2월 8일
전 형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중국사무소장)


최근 중국에서 경제와 관련된 최고의 화두는 단연코 ‘공급 측 구조개혁’이다. 공급 측 구조개혁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2015년 11월 회의에서 처음 언급한 이후 지금까지 각종 회의나 공식 문서에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그 실체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익숙한 공급 중시 경제학 이론을 떠올릴 만하지만 그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다분히 중국적인 개념이다.
 

공급 측 구조개혁 구상은, 중국이 뉴노멀 시대의 경제성장 전략으로 채택한 소비 중심의 내수 확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서 출발했다.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총수요 확대도 중요하지만, 공급사이드에서 수요 변화에 반응하는 구조를 형성하도록 함으로써 잠재적 성장동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과잉 공급과 불필요한 공급 문제의 해소가 개혁의 핵심이다. 중국은 지난해 발표한 ‘13.5 규획(제13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에서 향후 5년 동안 공급 측 구조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공급 측 구조개혁은 매년 초만 되면 국내외의 커다란 관심을 불러 모으는 중국의 ‘중앙1호문건’에도 등장한다. 주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삼농문제로, 농업분야의 공급 측 구조개혁이 핵심 키워드로 자리했다. 최근 중국 경제의 개혁 기조가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지난해 ‘중앙1호문건’에서 중점 추진 과제로 제시된 바 있지만 올해는 제목에 오를 정도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체 내용에서는 ▲농업 생산성‧효율성 향상 ▲지속가능 농업 발전 강화 ▲농산업 가치사슬 확장 ▲농업현대화 촉진 ▲농촌지역 발전 기초 강화 ▲농업·농촌의 내생적 발전동력 강화 등 6개 분야에서 총 33개의 추진 과제가 제시되었다. 핵심 키워드와 관련된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중국이 현재 추진 중이거나 추진해야 할 과제들이 백화점식으로 총 망라된 점은 예년과 다름이 없다.
 

농업분야의 공급 측 구조개혁은 무엇보다도 생산구조의 조정이 핵심이다. 2004년 이후 12년 연속 식량 증산으로 수급에 커다란 문제는 없지만 품목별로 보면 공급 과잉과 부족 현상이 병존해, 결과적으로 수요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공급 측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곡물 자급 및 식량안보 확보를 전제로 시장 수요에 부응하고 자원부존 조건에 부합하는 농작물 생산구조와 생산지역 배치를 추진하는 것이 공급 측 구조개혁의 골자이다.

이와 관련하여 농업부는 이미 지난해 4월 ‘전국 재배업 구조조정 규획(2016∼2020년)’을 제정하여 시행 중이다. 구조조정은 ▲농작물(식량‧특용‧사료) 간 생산 조화 ▲식품 소비패턴 변화 등 시장 수요 반영 ▲생산 증대와 생태환경 보호 조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경지이용체계 확립 등 4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 ▲ 두 가지 보장(两保;순식용 식량과 곡물의 안정적 공급 보장) ▲세 가지 안정(三稳; 면화, 식용식물유, 식용당(糖)류의 자급 수준 안정) ▲두 가지 조화(两协调; 채소류의 수급 조화 및 축산물 수요와 사료작물 생산 조화)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각각의 달성 목표에는 상응하는 정량 목표를 포함하고 있다.
 

재배업 구조조정은 품목별로 보면 ‘옥수수 공급 과잉, 대두 공급 부족 확대, 고품질 조사료 공급 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중에서도 옥수수가 주요 조정 대상이다. ‘13.5 규획'이 마무리되는 2020년까지 전국의 옥수수 비교열위 생산지역을 중심으로 재배면적을 약 335만 ha를 축소시켜 3,350만 ha 수준에서 안정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축산물 수요 증대 및 식량안보에 대응하여 옥수수를 대체해 고품질 사료와 잡곡으로 작목 전환을 유도할 계획이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농업분야 공급 측 구조개혁은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최말단 국가행정조직의 기능을 수행하는 촌민위원회가 농지 소유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사용권자인 농민들에게 정부 방침을 따르도록 요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삼농문제를 다룬 ‘중앙1호문건’이 2004년부터 10년 넘게 연속해서 발표됨에 따라 국내외에서 점차 이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지만 이는 신중국 성립 이후 초유의 일로, 매년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중이다. 삼농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실제로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04년 이후 12년 동안 연평균 농업 부가가치 성장률은 4.5%로 이전 12년의 3.7%를 능가한다. 또한 1인당 농가소득도 2004년 이전에는 12년 동안 2.4배 증가한 데 비해 이후 12년 동안에는 3.4배 증가했다. 이로 인해 도시가구 소득 대비 농가 소득도 2008년 30%로 최저를 기록한 후 2015년 36.6% 수준까지 회복되어 점차 도농 간 소득격차가 완화되는 추세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시진핑 정부는 ‘13.5 규획’이 마무리되는 2020년에 모든 국민이 중산층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는 ‘샤오캉사회(小康社会)’ 실현을 대내외에 선언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해 놓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성과에도 이러한 목표 실현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여전히 삼농문제이고 이는 중국 지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당분간은 삼농문제를 주제로 한 ‘중앙1호문건'이 계속해서 발표될 가능성 또한 커 보인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만큼 중국 농업이 상대적으로 압축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보장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경쟁관계인 우리농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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