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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관개 개선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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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농수축산신문 기고 | 2017년 2월 20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춘이 지나 곧 영농기가 다가온다. 농민들은 쌀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과 매년 반복되는 밭작물의 수급 불안정 문제로 올해 무슨 농사를 지어야하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주곡이 쌀인 우리나라는 그동안 벼 재배가 가능한 농지는 가능한 한 논으로 개발해 쌀 생산 여건을 갖추려고 노력해왔다. 밭은 논으로 개발되지 못한 농지로 이해될 정도이다. 논의 80%를 수리답으로 개발했으나, 밭은 15% 정도만 관개 가능한 실정이다. 그런데 최근 밭작물 재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쌀 중심의 농업생산구조 전환이 중요한 정책 과제로 등장한다.
 

오랜 기간 밭에서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이용해 각 절기마다 재배 가능한 최적의 작물을 주로 생산했다. 이러한 농산물을 재료로 우리의 식생활 문화를 만들어 왔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밭작물 생산과 김치, 찌개 등의 음식문화는 우리의 기후 여건에 나름 최적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고추, 마늘, 양파 등 주요 밭작물에 대한 수입 개방이 확대됨에 따라 그 동안 최적화됐던 우리나라의 농지 활용과 농업생산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도시화의 진전, 1인 가구의 증대와 혼밥 문화의 확산, 식생활의 서구화 등으로 밭작물의 소비 및 수요구조가 크게 변화되었다.
 

농업인들은 이러한 여건 변화 속에서 쌀 이외의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재배작물의 전환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우선 물 이용이 자유로워야 한다. 물 이용 여건이 불리해 보리, 밀 등 일부 작물만 재배하였던 제주도의 경우, 밭기반정비사업을 통해 밭의 관개를 개선함으로써 브로콜리, 당근 등 고소득작물 재배지로 전환했다. 이처럼 관개개선은 밭작물의 재배 품목을 전환하는 데 핵심 요소이다.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 기후 변화 등의 환경 변화 속에서 이제는 밭농업도 관개농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밭농사의 절반은 하늘이 짓는다는 의식을 버려야 한다.
 

기존 밭 관개시설은 소규모로 분산된 밭의 분포 특성을 고려해 지하수를 이용하는 소형 관정 중심이다. 하지만 최근 심각해지는 국지적 가뭄의 발생으로 소형 관정만으로는 물 이용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물이 풍부한 하천수나 계곡수를 고지대로 끌어올려 저류지에 저장하였다가 인근의 밭에 공급하는 방식과 같이 지표수를 이용한 광역 관개체계 구축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기존의 밭은 애초에 관개 개선이 어려운 여건의 농지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밭을 대상으로 관개개선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많은 비용이 요구되는 등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쌀 공급 과잉 문제와 연계하여 논에서 밭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하는 노력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논은 벼 재배 위주로 개발하여 수리답이라 해도 밭작물을 재배하기는 힘든 경우가 많아 배수개선 등의 추가 투자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논의 범용화 추진과 더불어 새로운 형태의 밭 관개개선사업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과거의 사업 추진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시장과 농업 환경의 변화를 고려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밭작물 재배 여건 개선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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