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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처분과 수매 병행이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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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형우
농민신문 기고 | 2017년 4월 17일 
이 형 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됐을 때 매몰처분 정책을 펴면서 가격 안정이라는 토끼까지 잡을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흔히 AI나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를 전시(戰時)에 비유하곤 한다. 이는 질병이 확산되면 매몰처분·이동제한 등 방역활동에 상당한 재정지출이 수반되고, 축산물 수급불균형이 심화돼 소비자 먹거리를 위협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직간접 비용 부담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이에 질병과 맞서는 방역당국뿐만 아니라 물가당국의 고민 또한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AI 사태로 상당수의 산란계가 매몰처분돼 달걀 품귀현상이 빚어졌고, 미국에서 신선란을 수입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미국도 AI가 발생하면서 3월6일 이후 모든 가금산물의 수입이 금지된 상태다.

2016년 11월16일 시작된 AI로 올해 이달 13일까지 매몰처분된 가금류만 3787만마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산란계는 2518만마리로, 전체 사육마릿수의 36% 수준이다. 이러한 매몰처분 증가와 미국의 AI 발생은 달걀값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AI 발생 때 신속하게 이뤄지는 대표적인 방역활동으로 발생농장과 주변농장에 대한 매몰처분, 발생지역의 이동제한 조치 등이 있다.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 중 하나가 매몰처분 방식이다. 일부 농가는 가축을 무조건 묻어버리는 것은 원시적 정책이라며 이를 거부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매몰처분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으며, 다른 농가들은 이미 매몰처분을 했기 때문에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발생한 AI는 전파력이 예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빨랐으며, 혈청형 자체 양상이 과거와 달랐다. 이러한 질병 특징을 감안하면 방역당국의 예방적 매몰처분은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방역체계 개선방안에서 수급과 관련된 사항으로 주목할 점은 매몰처분과 더불어 수매를 병행한다는 점이다. 질병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의 농장이 희망하는 모든 가금산물을 정부가 수매한다는 것이다. 단기 수급조절용으로 수매를 활용하는 방안은 바람직해 보인다.

전시(戰時)에도 외세(外勢)의 도움을 최소화하는 것이 국력(國力)이다. 가축질병 발생 때 축산물 수급불균형 사태는 예측 가능하나, 이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방식은 국내 시장 잠식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수입만이 능사는 아니다. 소비자가 달걀값에 부담을 느끼는 순간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은 자명하다. AI 발생 상황에서도 국내 달걀산업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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