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마을 공동체 사업의 빛과 그림자
2850
기고자 박시현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17년 6월 20일
박 시 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공동체는 그 구성원의 강한 연대의식과 서로 돕는 마음을 바탕으로 성립한다. 유럽 경제 공동체라는 말도 있지만 공동체에 가장 어울리는 곳은 뭐니 뭐니 해도 농촌 마을일 것이다. 지금은 그 기능이 많이 약화되었지만 농경 사회에서 농촌 마을은 하나의 소 우주라 불리 울 정도로 공동운명체적 성격이 강했다.

농촌에 사람이 줄어들고 그마저 고령화됨에 따라 마을 공동체 활동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1년에 한 번 있는 마을 총회나 마을 주민 단체 여행과 같은 친목 활동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지만 마을 주민이 공동으로 하는 영농활동은 물론이려니와 마을 주변 청소와 같은 집단 노력도 점차 없어져 가고 있다. 주민 개개인의 이해와 필요에 따라서 마을 공동체를 바라보는 주민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농촌 마을의 공동체 활동이 위축됨에도 불구하고 마을에 대한 정책 관심은 더 높아만 가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농촌을 지나다 보면 도로변 표지판에 00체험휴양마을처럼 정책 이름이 붙은 마을 표지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책 이름이 붙은 마을이 전국적으로 2000개를 넘고 있다.

마을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마을 공동으로 어떤 사업을 추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공공에서 주는 지원금을 초기 투자비로 삼아 마을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활용하여 돈벌이를 하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마을 주민 사이의 신뢰와 연대감이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공공 지원 마을 사업은 공공 자금이 개인에게 지원됨으로써 발생하는 특혜 시비를 줄이고 한편으로는 마을 공동체의 기능을 복원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마을 사업을 통해서 마을 분위기가 활기차지고 단체 관광과 같은 복지 서비스 기회가 많아 졌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대승적인 관점에서 마을 사업을 통해서 마을 주민 누군가가 이득을 본다면 마을 사업을 하지 않은 것 보다 좋지 않느냐고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추진되고 있는 공공지원 마을 사업은 빛보다는 그림자가 더 짙는 경우가 많다. 형제끼리도 동업은 하지 마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사업을 하는 그 자체가 어렵다. 더구나 주민의 자발적인 필요에 의하기 보다는 외부의 지원에 의해서 시작된 사업의 경우 경제적인 성과를 내기가 쉽지가 않다. 마을 사업에 대한 주민 개개인의 생각과 필요성이 다르고 마을 사업에 동원될 수 있는 주민의 역량이 다르다. 그래서 행정과 앞장서 추진하는 리더 몇 사람의 뜻대로 마을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공공 지원 마을사업을 추진하는 마을 주민의 사업 참여율은 15%를 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마을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간 불화가 발생하고 일부 사람만 소득이 늘었다는 불만이 심심치 않게 표출된다.

여럿이서 사업을 할 때는 노력에 대한 보상과 실패에 대한 책임이 분명하게 뒤따라야 한다. 실패해도 책임이 분명치 않고 성공해도 노력에 대한 보상이 명확하지 않은 어정쩡한 상태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공공이 지원하는 마을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뢰와 사회적 관계라는 공동체의 기본 요소를 바탕으로 하되 구성원의 이해를 반영하고 책임과 보상을 계약으로 규정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에 기초해야 한다. 마을과 같은 자연발생적인 공동체 보다는 협동조합이나 회사 법인과 같은 목적 중시형 공동체라 할 수 있다. 마을 공동체가 가지는 감성적인 측면에 기초해 돈을 지원하고 사업을 부추기는 것은 마을을 도와주는 것보다 오히려 갈등의 불씨만을 마을에 던져 주는 꼴이 될 것이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