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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격 하락과 정산체계 변화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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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형우
농민신문 기고 | 2017년 11월 15일 
이 형 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지난 4년은 돼지의 전성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급이 지속적으로 느는데도 돼지값은 강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1㎏당 평균 지육가격(탕박 기준)은 2016년의 4660원보다 11% 상승한 5158원이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소해면상뇌증(광우병·BSE) 발생, 살충제 성분 달걀 검출 사태 등 굵직한 사건에서 자유로웠던 축종은 돼지가 유일하다. 이러한 외부 요인이 돼지고기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돼지값을 견인한 것이다.

그러나 추석 이후부터 돼지값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10월 1㎏당 평균 지육가격은 9월의 5421원보다 20% 이상 하락한 4281원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돼지값이 연중 10월에 가장 낮아진다 하더라도 이런 낙폭을 보인 적은 없었다.

가격 하락의 원인은 추석 이후 돼지고기 소비는 위축된 반면 연휴 동안 도축장 휴무로 나오지 못한 돼지가 집중적으로 출하돼 공급량이 증가한 탓이다. 그동안 높은 몸값으로 전국 평균 돼지값 상승에 한몫했던 제주도산 돼지값이 다른 시·도의 돼지고기가 반입된 이후 하락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과 2018년 돼지값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어미돼지 마릿수를 고려하면 내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돼지가 사육·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4년 동안 돼지값을 견인했던 ‘외부충격에 의한 대체수요 증가’라는 거품까지 걷히면 가격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이와 관련해 제기됐던 사안 중 하나는 돼지가격 정산체계 문제다. 농가와 유통업체가 돼지를 거래할 때 정산기준을 현행 박피가격에서 탕박등급제 가격으로 전환하자는 게 골자다. 박피가격을 기준으로 한 정산방식은 박피 거래마릿수가 적어 대표성을 상실한 데다 일일 가격변동이 커 시장에 혼란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돼왔다.

9월 한국축산물처리협회는 이사회를 열고 탕박등급제 도입을 위해 박피도축을 중단하기로 의결했다. 또 농협 고령·부천·음성축산물공판장이 박피 도축설비를 연내 철거할 수 있도록 농림축산식품부,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하기로 했다.

앞으로 돼지를 거래할 때 정산기준을 탕박가격으로 삼는 일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탕박등급제 정산방식 도입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으나 전국적으로 이를 시행할 것인지, 점진적으로 이행할 것인지에 대해 관련 업계의 온도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탕박등급제 도입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서둘러 공론화 장을 마련해 탕박등급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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