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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숲으로 덮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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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석현덕
이데일리 기고 | 2018년 3월 29일
석 현 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봄과 함께 올해도 어김없이 식목일이 돌아왔다. 우리나라는 나무 심기 사업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국가이고 이제는 주위에 나무가 많아 사실 나무 심을 곳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자리가 없어도 나무는 어디에나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지금 나무 심기가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곳이 있다. 바로 도시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면서 도시숲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근래에는 봄철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지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세먼지가 발생되는 원인행위를 줄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이미 발생된 미세먼지를 흡수하기 위한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 연구결과에 따르면 나무 한 그루는 연간 35.7g의 미세먼지를 흡수한다고 한다. 도시에 많은 나무를 심어 숲으로 가꾸는 일은 미세먼지 문제에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다.


도시 환경이 변화하면서 숲세권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역세권이나 조망권에 못지않게 숲세권이라는 메리트가 주거지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거지 가까이에 있는 숲은 조망권을 보장해줌은 물론, 휴식처를 비롯한 운동 및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숲은 이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한다. 소음을 차단해주거나 무더운 여름에 기온을 낮춰주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고,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한다는 점도 숲이 지닌 주요 기능 중 하나다. 최근에는 도시민의 휴식처로 인기를 끌고 있고, 교육장소 제공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는 숲과 공원이 많은 도시가 살기 좋은 명품도시로 각광받는 추세이다. 실제로 어느 나라든 살기 좋은 도시에는 숲이 많고, 그 지역을 대표할 만한 유명한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미 도시는 다양한 시설과 인공구조물로 꽉 차있고, 다른 지역보다 지가가 높기 때문에 나무 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새로운 땅을 찾기보다는 인공구조물에 나무를 식재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 건물 옥상이나 광장, 건물 사이 등을 찾아보면 나무를 식재할 만한 빈자리가 많다. 도시의 인공구조물에 적응하여 생존할 수 있는 나무를 키워내려면, 컨테이너 재배를 해야 한다. 조경수 생산 선진국들인 미국이나 유럽 일부, 일본 등에서는 나무를 컨테이너로 재배하는 기술이 이미 수 십년 전부터 시작되었고,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전통적인 조경생산기술을 대체하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도시의 인공구조물에 살아남을 수목의 공급을 위해서는 컨테이너 재배가 활성화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관련정책 수립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전폭적인 지원이 따라야 한다.


도시 외곽과 주변의 숲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도시외곽의 숲은 새롭게 조림하기보다는 관리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유럽 대부분의 도시근교 숲은 ‘커뮤니티 숲’이라 하여 지역주민과 숲의 실제 이용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신들이 원하는 데로 적극적으로 숲을 관리하고 있다. 즉 산림관리에 대한 거버넌스 체제가 구축되고 이를 토대로 체계적으로 관리됨으로서 숲이 보호되고 시민들이 원하는 혜택을 최대한 받을 수 있다.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도시는 숲과 나무가 가장 필요하지만, 가장 부족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도시숲의 밀도는 전국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가가 높은 수도권은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명품도시가 되기에는 한참 모자란다. 대도시에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는 당장 많은 비용이 들겠지만,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엄청난 혜택을 생각한다면 훨씬 더 많은 나무를 심고 관리해야 한다. 도시숲 조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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