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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개정협상,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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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지성태
농민신문 기고 | 2018년 4월 16일
지 성 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3월25일 타결됐다. 업종별 반응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추가개방을 저지한 농업계는 비교적 안도하는 분위기다. 결과적으로 농업분야에 대한 정부의 ‘레드라인’ 전략이 유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한·미 FTA가 여전히 이행 중이기 때문이다.


관세가 지속적으로 낮아짐에 따라 미국산 농축산물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강화됐다. 대표적 민감품목인 미국산 쇠고기 관세는 40%에서 단계적으로 감축돼 21.3%까지 하락했다. 국내 감귤산업 보호를 위해 미국산 오렌지에 계절관세를 적용했으나, 2018년 3~8월 FTA 협정 관세율이 철폐됨에 따라 같은 시기 출하되는 제철과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FTA 이행에 따른 관세 인하가 반드시 소비자 효용증대로 이어지지 않는 품목도 있다. 수입선이 독점적인 품목이 그렇다. 전체 수입 오렌지 중 미국산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미국의 작황이 부진하면 수입이 감소한다. 특정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감소할 경우 수입선이 다변화돼 있다면 다른 국가로 전환하면 되지만, 오렌지처럼 수입선이 독점적일 때는 수출국의 생산량 감소에 따른 수입단가 상승이 수입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소비패턴 변화도 FTA 효과를 극대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산 신선 고급육에 대한 수요 증가가 전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증가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신선 고급육의 가격은 냉동육보다 50% 이상 높지만, 전체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7.2%에서 2017년 21.3%까지 상승했다. 국내 소비자의 수입 쇠고기 소비패턴이 과거 냉동육 중심에서 고급 냉장육으로 전환됨으로써 미국산 쇠고기 수입 증가를 촉진한 것이다.


전략적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유통업체들도 농축산물 수입을 촉진하고 있다. 국내의 한 유통업체는 전문 수입업체를 통하지 않고 미국 현지의 오렌지농장과 지정농장 계약을 맺고, 이곳에서 생산한 오렌지를 단독 판매한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품질 관리, 유통마진 절감 등의 효과를 꾀하고 있다. 현지 수출업체도 우리나라 소비자가 고당도 오렌지를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해 선별작업에 심혈을 기울이는 등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는 결국 수입 증가로 이어져 국산 경합 품목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비관세조치에 대한 미국 측의 완화 요구도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오리건주에서 생산된 블루베리만 수입하고 있고, 식물 병해충 발생의 이유로 다른 주(州)로부터의 블루베리 수입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동식물 위생·검역 조치(SPS)에서 말하는 ‘지역화’ 개념이다. 미국 동부 32개 주와 서부 2개 주에서도 수입 허용을 요청한 상태다. 만약 수입이 허용된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블루베리의 수출 잠재력이 확대됨은 물론 FTA 효과도 더욱 커질 것이다.


혹자는 주요 국가 및 경제권과의 FTA 체결이 일단락됐다고 한다. 그러나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경험했다시피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이미 체결한 FTA라 하더라도 재협상 또는 개정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고, 어떤 불확실성이 통상질서 자체를 뒤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농업의 경쟁력 제고는 기본이고, 국내 소비자의 농식품 소비패턴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아울러 원산지 규정, SPS 등 FTA 무역규범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활용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한·미 FTA 개정협상을 말 그대로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교훈으로 상기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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