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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차거래 전환하는 채소류 포장재값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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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병옥
농민신문 기고 | 2018년 5월 2일
최 병 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원예실장)


서울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시설현대화 사업에 발맞춰 2017년부터 채소류 하차거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산물 그대로 화물차에 실어 출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채소류를 규격포장한 뒤 팰릿에 쌓아놓고 거래하자는 것이다. 물류효율을 향상시키고 농산물의 포장·규격화를 정착시키는 게 목적이다.


과일류와 달리 채소류는 지금도 많은 품목이 산물째로 거래되고 있어서다. 그 탓에 소비지가 원하는 포장·규격화를 맞추려고 도매시장 안에서 소분작업이 한번 더 이뤄지는 일도 잦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쓰레기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물류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불필요한 유통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가락시장에서는 지난해 무에 이어 올해 4월 제주산 조생종 양파를 시작으로 7월 쪽파, 9월 양배추, 10월 대파까지 차례대로 하차거래 전환이 예정돼 있다. 2019년부터는 배추도 거래방식이 바뀐다. 과일류에서 이미 정착된 하차거래가 양념채소류를 거쳐 노지채소류로까지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다.


참고로 주요국가의 도매시장은 우리보다 변화가 한참 앞서 있다. 농산물 포장·규격화 노력이 도매시장 설립 초창기인 1900년대 초중반부터 진행됐다. 최근에는 도매시장마다 현대화된 포장·가공시설까지 갖추는 추세다. 포장단위 역시 점차 더 세분화돼 낱개포장이 흔할 정도다. 덕분에 농산물의 부가가치와 농가수취값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포장·규격화는 도매시장과 농산물 유통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지만, 현재 가락시장의 경우 채소류 하차거래 전환과정에서 까다로운 걸림돌이 하나 있다. 바로 포장재값을 비롯해 늘어난 비용부담에 대한 출하자의 우려다.


이는 과거 과일류 사례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포장·규격화 추진시기에 정부가 나서서 포장재값부터 농산물산지유통시설(APC) 확충, 공동선별 등을 충분하게 지원했다. 이러한 지원이 과일류의 포장화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밑바탕이 됐다. 이처럼 여건이 마련된 덕에 일몰제로 지원사업이 종료돼도 생산자와 산지 출하조직이 스스로 감당할 수 있었다.


하차거래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개설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추진과정에서 협의를 통해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로부터 포장재값 등에 대한 충분한 지원사업과 예산을 이끌어야 한다. 더불어 가락시장의 모든 유통주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출하자가 겪는 어려움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과일류처럼 채소류의 하차거래도 연착륙할 수 있다.


가락시장은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 가운데서도 거래규모가 가장 크다. 그 파급효과가 여타 도매시장뿐만 아니라, 도소매 유통체계 전반에 영향을 준다. 채소류 하차거래를 매끄럽게 마무리해 농산물 유통이 한단계 도약하도록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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