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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업·농촌이 지속가능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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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농민신문 기고 | 2018년 5월 21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농촌정책연구본부장)


정부, 농업·농촌 ‘다기능성’ 활성화 지자체 창의적 기획 등 역할 보장해야


지금 우리 농업·농촌은 소멸위기와 지속가능이라는 상반된 변화의 물결을 동시에 맞고 있다. 전자는 농업성장의 정체와 농촌인구의 과소화·고령화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농업·농촌은 소멸 또는 왜소화라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다. 후자는 안심먹거리에 대한 수요, 나아가 가성비보다 가심비를 따지는 농산물 소비 수요의 확대를 들 수 있다. 이는 농촌이 식량 생산공간 외에 새로운 삶터이자 교육·여가·문화·휴양의 대안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농업·농촌을 둘러싼 이러한 변화는 생산성과 경쟁력 중심의 농업정책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국가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양적인 비중은 점차 줄어들 것이고 안전농산물 생산에 대한 요구와 감시·비판은 그 강도를 더할 것이다. 농업·농촌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않고는 우리 농업·농촌은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에 앞으로의 농정은 안심·안전 먹거리 생산, 깨끗한 환경 보전, 여가·문화·휴양 공간으로서의 농촌 유지 등 농업·농촌이 가진 다원적 기능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 농업·농촌이 지속가능하려면 법·제도의 정비와 함께 농업예산의 구조적 재편이 필요하다. 농민과 지방자치단체의 경제활동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 중 하나가 농업예산이기 때문이다.


농업예산이 여전히 농업의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 농촌의 도시화·현대화만을 위해 쓰이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농업예산이 이들 사업에만 집중될 경우 지자체나 농업활동 주체들이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없다. 또 중앙집권적 자원배분방식이 여전히 중심을 이루고 있는지도 봐야 한다. 이러한 방식의 예산집행은 지자체가 농업·농촌의 다기능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펼치고자 하는 다양한 사업들을 막을 수 있다.


우리 농업·농촌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농업예산은 개편돼야 한다. 이를 위해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우선 농업·농촌의 다기능성을 활성화하려는 정책사업이나 프로그램 기획에 예산을 많이 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 직불제의 경우 기본적 농업활동 외에 다기능성을 발휘하는 활동도 보상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농촌개발은 물리적 시설 확충보다 농촌가치를 발굴·유지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시장과 사회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공모사업은 최대한 축소해야 한다. 공정하고 엄격한 잣대로 사업성과를 평가해 농업·농촌의 다기능성을 개발하고 확충하는 사업에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또 지자체의 창의와 책임이 강화되도록 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사업의 내용과 형식을 일일이 규정해서는 지자체의 창의와 책임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분담을 법과 제도로 명시하되, 지자체가 수립한 농업·농촌 발전계획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앙정부가 보증하는 ‘계획협약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계획협약제도는 농업예산 지원의 새로운 모델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 지자체는 계획 수립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중장기 농정목표 수립, 정책 수단의 창의적 기획, 예산 배분에 관한 내용 등을 관련 기관·단체들과 함께 논의하고 이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농업정책과 농업예산이 이같은 방향으로 재편된다면 우리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은 한층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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