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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질병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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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형우
농민신문 기고 | 2018년 10월 29일
이 형 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병이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바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다. 이는 국내에선 아직까지 발생한 적이 없는 바이러스성 돼지전염병이다. 감염된 돼지는 보통 3~7일 이내에 폐사하며, 폐사율은 90~10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되면 매몰처분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사람에게는 전파되지 않으며 70℃에서 30분 이상 가열하면 사멸된다는 것이다.


ASF는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으로 발생했으며 공항·항만 등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됐다. 1957년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네덜란드 등으로 옮겨갔으며, 현재 유럽에서는 러시아·헝가리·폴란드 등 13개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아시아지역에서는 8월3일 중국 랴오닝성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후 발생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8월 하순에는 중국을 다녀온 여행객이 국내로 가져온 가공품(순대·만두)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기도 했다. 이에 정부에서는 검역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ASF 발생은 돼지고기값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주요 국가별 가격 동향을 보면 중국은 10월 기준 1㎏당 20.12위안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2.1%, 유럽연합(EU)은 1.40유로로 7.2%, 미국은 1.25달러로 16.4% 하락했다. 아직까지는 발생 영향이 그리 크지 않으나 병이 확산될 경우 가격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업 전체가 위축될 우려도 있다. ASF는 국내 가축전염병 예방법상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어 감염된 가축 모두가 매몰처분 대상이다. 만에 하나라도 우리나라에서 ASF가 발생한다면 한돈산업에는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2010~2011년 구제역 발생 사례에서는 사상 최대 수준인 약 330만마리(전체 사육마릿수의 33%)를 매몰처분했으며 엄청난 경제적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매몰처분이 공급 감소로 이어져 일시적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커다란 타격을 본 오리산업처럼 해당 산업이 크게 축소되는 아픔을 겪은 예도 존재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ASF가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정부는 국경검역을 강화하고 여행객에게 발생지역 여행 자제를 요청했다. 양돈농가에서는 차단방역을 철저히 해 국내 유입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북한과의 긴밀한 협력 또한 중요하다. 가축질병 발생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음을 과신하는 건 금물이다. 가축질병 발생에 따른 긴급행동지침(SOP)을 면밀히 검토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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