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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세 도입해 농업·농촌에 활력 불어넣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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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창길
external_image 농민신문 기고 | 2018년 11월 9일
김 창 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지방소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지방의 인구감소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지방소멸 위기는 농어촌지역의 주된 화두가 됐다.


강원 철원군 근북면에 있는 유곡리는 109명의 주민 중 4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농촌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17년 기준으로 42.5%에 달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지금 우리 농촌은 지속가능성을 위협받을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농어촌지역으로 이뤄진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황 역시 좋지 않다. 2018년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53.4%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러니 저출산 해소와 일자리 창출 등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 마련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고향사랑 기부제(고향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07년부터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온 고향세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며, 국회에는 고향세 관련 법안도 여러건 상정돼 있다. 고향세는 도시민이 자신의 고향이나 지자체에 기부금을 내고 세금 일부를 돌려받는 제도다. 이 제도가 잘 정착되면 지자체는 재정 확충으로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고, 투자를 통해 삶의 질이 높아진 지역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지방소멸 위기를 겪었던 일본은 2008년부터 ‘후루사토(고향) 납세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도시에 거주하는 납세자가 지자체를 지정해 기부하면 일정 금액을 소득세나 주민세 등에서 공제해주는 기부금 세액공제다. 일본의 고향세는 도입 첫해 기부액이 81억엔(약 9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4년부터 기부액이 늘어나 지난해에는 2845억엔(약 2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기부액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세금과 기부의 장점을 잘 결합한 설계와 운영, 그리고 지자체들이 기부자들에게 답례품으로 제공한 해당 지역의 특산품을 꼽을 수 있다. 고향세 납부에 참여한 도시민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이 해당 농촌지역과 지자체를 살리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


특히 상당수 지자체가 세금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밝혀 더욱 신뢰를 얻고 있다. 지자체가 제공하는 답례품이 과열양상을 보여 올 4월에는 일본 총무성이 나서서 기부액의 30%를 넘는 답례품을 제한하는 문서를 보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우리도 고향세 제도의 장단점을 면밀히 연구하고 검토해 국내 실정에 맞는 ‘한국형 고향세’를 도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본 사례를 꼼꼼히 분석해 제도 도입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해야 한다. 또 확보한 재원이 농산물 소비촉진, 농어촌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많은 논의를 해야 한다. 나아가 농민과 소비자간의 가교역할을 맡는 지자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


고향세 도입에 대한 논의는 최근 들어 무르익어가고 있다. 농업과 농촌을 활기차게 할 수 있는 고향세 도입을 더이상 늦출 이유는 없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이 있듯이 고향세를 하루빨리 도입해 활력을 잃어가는 우리 농업과 농촌·지자체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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