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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농민에게 직접 지불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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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국승용
경기일보 기고 | 2018년 12월 9일
국 승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농정개혁 TF는 EU 등의 선진국과 같이 직불 예산을 확대하고 제도를 혁신하는 직불제 중심의 농정 전환을 제안했다. 직접지불은 말 그대로 정부가 농민에게 보조금을 직접 지불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농민에게 직접 지불을 하고 있는 것이며 직불 중심의 농정 전환을 추진하는 것일까?


6년에 걸친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농업 기반은 완전히 무너져 생산되는 곡물이 턱없이 부족했다. 미국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럽으로 많은 양의 농산물을 수출해야 했기에 전 세계가 식량 부족으로 몸살을 앓았다. 각국의 정부가 식량 증산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은 당연했고, 그 방법은 농산물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생산비보다 높게 최저가격을 정하고 시장에서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건 정부가 최저가격을 보상했다.


1970년대에 들어 식량 생산이 국내 소비를 능가하기 시작했다. 남는 농산물을 정부가 식량이 부족한 나라에 원조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수출보조금을 지급해서 수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폈다. 판매 가격을 낮춰 식량 수출을 확대하고 다양한 형태의 보조금을 지급해서 손실을 보상하는 이른바 수출보조 정책을 각국의 정부가 경쟁적으로 추진했다. 국내에서는 농산물 최저가격을 보상하느라 농업 보조금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늘어난 농산물을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또 수출보조금을 지급했다. 1980년대에 이르자 대부분의 농산물 수출국에서 농업 보조금이 국가 재정에 주는 부담이 견디기 힘들 정도가 됐다. 농업 보조금을 감축하면 자국의 농민만 일방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느 나라도 앞장서서 농업 보조금을 줄이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나라가 합의를 통해 동시에 농업 보조금을 줄여야 했다. 1986년 다자간 무역협상 우루과이라운드가 시작되고 그 주요 의제로 농산물 교역이 포함된 것에는 이 같은 배경이 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의 타결로 정부는 농산물 생산을 늘리는 보조도, 수출 보조도 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시장가격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떠한 보조금도 지급할 수 없게 됐다. 동시에 농산물의 생산이 다원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을 인정하였는데 농업은 농산물 생산 외에도 환경보전, 국토의 유지·관리, 경관 보전, 생물다양성 유지, 식량 안보 등의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것이다. 시장 경쟁에 의해 농업 생산이 위축된다면 단순히 농산물의 생산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농업이 창출하는 다원적 가치도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농산물 생산에 대한 정부 보조는 줄이거나 없애되 농업이 만들어 내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 정부가 그 대가를 직접 농민에게 보상한다 해 직접 지불이라 부르게 됐다.


최근 쌀값이 상승해서 가계에 부담이 된다고도 하고 쌀 농가들은 지금의 쌀값도 10년 전 수준으로 생산비에 미치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쌀값이 떨어졌던 지난 10년간 정부의 쌀 직불이 없었다면 많은 농가들이 쌀 재배를 포기했을 것이며 생산량이 크게 줄어 가격은 더 높게 뛰었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국민들이 값싸게 쌀을 구입하고 농민들이 쌀 농사를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직불제가 있다. 일반 농업보다 힘이 들고 생산량이 적은 친환경 농업에도 직접 지불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밖에도 다양한 직불이 있지만 우리나라 직불금의 농가소득 기여율은 약 5%로, 20%에 달하는 EU나 15% 수준의 일본에 비해 지극히 미미하다. 정부가 농업 생산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직불을 중심으로 농정을 추진하는 것은 최근 선진국이 강조하는 농정 추진 방향이다. 정부가 표방한 직불제 중심의 농정이 농업의 사회적 기여를 확대하고 농민들을 행복하게 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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