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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지불제, 농촌 버팀목으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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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창길
external_image 매일경제 기고 | 2018년 12월 21일
김 창 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직접지불제(직불제)는 일정 자격조건을 갖춘 농가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 소득을 지지하는 지원제도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으로 기존 정부수매제에 의한 농가 소득 지지 방식을 유지할 수 없어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소득보전과 공익적 역할을 지원하는 직불제를 도입했다.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이행이 지속되면서 소득보전 목적의 직불제를 확충했다. 


우리 농가는 시장개방 확대와 정부수매제 폐지로 피해를 입어 소득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여건하에서 직불제를 통해 농가 소득을 지지하고, 영농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성과를 거뒀다. 문제는 직불금 예산 대부분이 쌀농업과 밭농업 소득보전에 집중된 반면 친환경이나 조건불리지역 직불과 같은 공익형 직불제에 대한 예산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농업·농촌 경쟁력은 소비자 수요로부터 나오는데, 바로 그 소비자인 국민의 농업·농촌에 대한 요구가 변하고 있다. 과거 소비자의 농산물 선택 기준이 싼 가격이었다면, 요즘 소비자의 기준은 품질 및 안전성이다. 소비자는 가축질병, 가축분뇨 악취, 과다한 화학비료 등의 문제가 반복되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것이 농업·농촌이 변해야 하는 이유다. 기존 농업에서의 공익적 역할이 식량 생산이었다면, 앞으로는 농산물 안전성 확보, 환경·자원 보전, 지역사회 유지, 소비자가 찾고 싶은 농촌경관 유지 등이 돼야 한다. 


직불제도 시대 변화와 역할에 맞게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농업·농촌이 지닌 공익적 가치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핵심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시장가격으로 나타낼 수 없는 영역이다. 따라서 직불금 지원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역할을 제고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주요 선진국에서도 직불제 시행 목적을 기존의 소득보전에서 농업의 공익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 보상으로 전환하고 있다. EU는 어젠다 2000에서 보상지불제에 상호준수의무(cross compliance)를 도입해 농업·농촌의 공익적 역할을 명확히 하고, 그에 상응한 직불금을 지원하고 있다. 2010 농정개혁에서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역할 강화를 위해 면적 기준 지급 방식인 기본 직불의 지원 비중을 줄이고, 녹색 직불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했다. 


우리와 유사한 농업 구조를 갖고 있는 일본도 최근 농업의 공익적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직불제를 개편했다. 쌀 생산과 연계된 소득 지지 제도인 쌀직불제를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소비자 수요가 예상되는 작물의 생산이 용이하도록 지원 방식을 개편했다. 또한 기존의 공익형 직불제에 더해 농지유지 직불을 신설해 공익적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지향하며, 직불제는 생산 연계를 최소화하고, 공익적 역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꿔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공익적 역할이 강화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으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직불제 역할도 생산과 연계된 소득보전으로부터 공익형 직불제 방향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공익형 직불제가 합리적인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우리 농업·농촌이 적극적으로 보전해야 할 공익적 역할을 명확히 하고, 그 역할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법과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또 지방자치단체 참여를 확대해 지역 특성을 반영한 공익적 역할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검토해야 할 과제가 많이 있다. 


앞으로의 직불제는 농가에 대한 피해보전 역할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지원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 직불제 개편 논의가 활발한 지금이 농업·농촌의 역할 변화와 연계한 합리적인 방안 마련을 위해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소중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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