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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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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사회적 경제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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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국승용
경기일보 기고 | 2019년 3월 10일
국 승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안성 농민의원과 농민한의원,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됐으며, 지금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농촌 지역 특성에 맞는 의료기관이자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행되기 훨씬 이전인 1987년 안성 고삼면에서 마을 청년과 연세대학교 기독학생회에서 운영했던 주말진료소가 그 효시로 알려져 있다. 의료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했던 농촌에서 마을 청년과 대학생, 지역주민이 힘을 합해 1994년 의료협동조합을 만들고 병원을 세웠다. 지역사회가 앞장서서 개개인의 이익에 앞서 지역사회 건강 유지라는 공공의 이익을 추진하고 있다. 6천 명이 넘는 주민이 의료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3개의 의원과 2개의 한의원, 치과와 재가장기요양기관까지 운영하고 있으니 사회적협동조합이 지역의 의료보건 분야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서비스나 인프라 측면에서 농촌지역이 도시에 비해 열악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교육, 의료, 보건 등의 사회서비스는 물론이고 도시에서는 눈길만 돌려도 곳곳에 보이는 소매점들이 차를 타지 않고서는 갈 수 없는 농촌마을이 허다하다. 농촌에는 그 규모가 작아 이익이 나질 않으니 시장(market)은 별로 관심이 없고, 예산과 조직이 한정돼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 적지 않다. 이런 곳에서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가 힘을 발휘한다. ‘사회적’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시장에도 정부에도 속하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해서 시민사회가 앞장서서 활동해야 하는 영역’으로 설명할 수 있다. 2007년부터 도입된 사회적기업이나 2012년부터 설립되기 시작한 사회적협동조합 등의 ‘사회적’도 같은 의미이다.


전남 영광의 여민동락공동체는 지역 출신 청년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사례다. 귀촌한 청년들이 처음 시작한 사업은 마을 어르신 집을 방문해 청소ㆍ빨래 등을 포함한 방문 요양 사업한 것이었다. 어느 정도 조직이 갖춰지자 노인복지센터도 운영하고,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할매손 송편공장도 차렸다. 소매점이 없는 마을을 순회하면서 생필품을 공급하는 이동식 점포 동락점빵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사업으로 노인 일자리도 생기고, 편하게 요양보호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차 타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생필품을 살 수 있고 지역에 청년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생겼다. 폐교 위기에 처한 지역의 초등학교가 다시 활력을 찾기도 했다. 로컬푸드로 유명한 전북 완주의 사례도 로컬푸드협동조합이 시장에 출하하기 어려운 소농들에게 판로를 만들어 주고, 마을마다 소규모 식품가공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돕고 있다. 덕분에 지역 주민은 우수한 농산물을 편안하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게 됐다. 직매장, 가공공장 등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져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외식 분야의 청년 창업 활성화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지역에서 교육·문화 활동을 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도시에서 이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처럼 농촌의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일자리와 소득을 만들어지고 도시의 청년이 농촌으로 이주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도 개선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례가 몇몇 지역에 한정돼 있고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지 못한 것이 아쉽다. 농촌지역에서 가장 뿌리깊고 풍부한 자원을 가진 협동조합은 농협이지만 농협이 앞장서서 농촌의 사회적경제를 활성화시킨 사례는 많지 않다. 200만 명이 넘는 농민이 농협의 조합원이고 전국에 1천200개가 넘는 지역 및 품목 농협이 운영되고 있다. 거대한 협동조합 농협이 농촌 사회적경제 발전에 앞장선다면 농촌에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농촌이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할 수 있다. 3월13일은 농협 조합장 동시 선거가 있는 날이다. 새롭게 취임하는 농협 조합장들이 앞장서 준다면 농촌의 사회적경제가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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