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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가격 불안정 심화원인과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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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농민신문 기고 | 2019년 4월 5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겨울채소의 과잉공급과 소비부진으로 가격이 폭락하자 정부는 산지폐기와 수매를 통해 10만t이 넘는 배추·무를 시장에서 격리했다. 이에 더해 전방위적인 소비 활성화 대책까지 발표하는 등 가격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금까지 원하는 가격 반응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소비에 있다. 일부 식자와 유통인, 그리고 언론은 소비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수입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현 시장 상황을 비춰보면 타당한 지적으로 보인다. 필자 또한 오랫동안 고민해온 문제다.


대표적인 식품이 수입 김치다. 국내 김치시장은 업소용과 가정용으로 나뉘어 있다. 수입 김치는 업소용, 국산 김치는 가정용으로 고착됐다. 그런데 수입 김치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데 반해 국산 김치 수요는 줄고 있다. 김치 원료인 배추의 국내 가격이 떨어져도 김치 수입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대량 수요처인 일반 식당과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국산 김치 대신 수입 김치를 고정적으로 구매하기 때문이다. 국산 김치는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소비대체성이 거의 없다.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2005년 11만t에서 2010년대 들어 20만t으로 계속 증가하더니 2018년에는 29만t까지 늘었다.


김치와 라면수프에 많이 사용되는 고춧가루의 원료인 고추도 문제다. 270%의 고율관세가 부과되는 건고추나 고춧가루는 거의 수입되지 않는다. 하지만 27%의 저율관세로 수입되는 냉동고추가 국내에서 건조돼 고춧가루로 사용되고, 45%의 관세가 부과되는 일명 ‘다데기’ 같은 기타 소스도 많이 수입되고 있다. 고추는 2010년부터 외국산이 국산을 앞질러 급기야 2017년 기준 자급률이 36%밖에 되지 않는 등 생산기반이 붕괴 직전이다.


감자는 또 어떤가. 감자는 생식용과 가공용으로 나뉘는데, 감자칩·전분 등 가공품 수요 증가로 가공용 감자원료 수입 또한 늘고 있다. 2016년 기준 가공용 감자 사용량은 6만1000t인데, 그중 수입량 비중은 29%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 감자 생산량은 46만5000t이고 수입량은 19만4000t으로 자급률이 71%에 그치는 등 수입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배추·고추·감자뿐 아니라 다른 품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생산기반이 위축되고 시장 자체가 축소되면서 국산 농산물은 생식용으로 제한되고 있다.


반면 수입 농산물은 주로 식당 등 업소용과 가공용으로 활용돼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고 시장규모 또한 확대되고 있다. 가공업체들은 기본적으로 사전계약에 의해 원료를 수입해서 조달하고, 식당 등 업소도 부재료들을 계획적으로 조달해 원가 경쟁력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산 농산물시장은 점점 축소되고 수급계획이 불안정하며, 작은 기상변화나 소비부진에도 가격이 점점 더 민감하게 변동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러한 수급구조의 변화와 특징을 면밀하게 파악해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수요가 늘어나는 가공용과 업소용 원료 농산물의 계약재배로 계획적이고 안정적인 생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들 원료 농산물은 생식용보다 수취가격이 낮다. 따라서 재배농가들에게 가격 차이를 단계적으로 지원해 국내 생산기반을 넓힐 필요가 있다.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가공용이나 업소용 등 대량 소비 품목을 파악해 수입 원료를 국산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품목에 맞춘 단지 조성, 생산기반 정비, 계약재배, 파종·수확 작업 기계화, 우량종자 개발·보급, 인력조달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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