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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제4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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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가 마주하는 위험과 농업보험
1998
기고자 김미복
농경나눔터 농정시선 | 2019년 5월호
김 미 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블랙박스는 비행기나 선박, 차량 등 이동체에 탑재해 운행 중 발생하는 모든 운행자료와 대화, 영상 등을 담아 비상시나 사고발생 시에 수거, 개봉해 진상을 밝히는 말 그대로 ‘속이 보이지 않는 검은색 박스’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동체의 블랙박스와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보험’은 위험에 직면한 우리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다. 


우리 사회에서 보험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태어나면서부터 의무적으로 건강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이후 사회보장보험을 경험하게 된다. 경제주체로서 ‘생명보험’을 저축 의 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고, 본인의 경제적 손실 위험을 배분하기 위하여 ‘손해보험’에 가입하기도 한다. 


보험 활용은 주체별로 목적별로 다양하지만, ‘보험’은 정책 수단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사회안전망 을 구축할 때 ‘보험’ 정책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보험을 정책성 보험이라고 한다. 정책성 보험이란 정부가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법률로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는 보험 상품으로, 가입이 강제되어 있 는 의무보험과 계약자 의사에 따라 가입이 가능한 임의보험이 있다. 시장실패의 대표격인 농업부문에서 영농활동과 연관된 농업보험은 정책성 보험뿐이고, 모두 임의보험이다.

 

농업보험은 농축산물 생산 시 마주하는 위험을 보장하기 위한 농업재해보험과 농업활동 중 농업인에 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보장하기 위한 농업인안전재해보험으로 나뉜다. 농업재해보험에는 농작물재 해보험(수입보장보험포함), 가축재해보험이 포함되고, 농업인안전재해보험에는 농업인안전보험, 농작 업근로자안전보험, 농기계종합보험이 포함된다.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납부한 사과 농가의 경우, 태풍으로 인해 낙과가 발생하면 손해평가 후 보험금을 지급받게 된다. 화재로 인한 재해도 보험금 지급대상이다. 영농 활동 중 부상을 입거나 질병이 발생하면 농업인안전보험에서 실비 보험금을 지원받는다. 본인이 운전하는 농기계로 타인에 부상을 입히게 되어도 농기계종합보험에 가입된 상태라면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대부분 보험사 는 NH농협생명이거나 농협손해보험사인데 일반적으로 농업인은 보험 판매업무를 위탁받은 지역농협 에서 보험을 가입하고, 보험금신청 등 모든 업무를 처리한다. 외국과 마찬가지로 농업보험은 농정에서 점차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농업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산업에서 그 효율성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처음 농작물재해보험이 도입된 이래 20여 년 동안 보장되는 품목, 가입자 수, 가입금액 등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었다. 농업인안전보험도 농업인에 대한 복지정책으로 시작되었지만 농업이 전문화, 규모화, 법인화 됨에 따라 산재에 상당하는 보장을 요구하게 되었고 보험상품이 계속 추가되었다. 양적 성장이 이루어진 만큼 이제는 질적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보험상품이 추가적으로 만들어져 보장되는 품목이 많아진다고, 보상이 되는 재해 범위가 넓어져 보험금 받기가 쉬워진다고 해서 좋은 보험정책일 수는 없다. 농업보험은 정책성 보험 이지만, ‘보험’의 성격을 유지해야 그 실효성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험이라는 정책수단을 활용 할 때 정책효과가 높기 때문에 농업보험을 만든 것이지 단순히 자부담 50%인 보조정책을 만들기 위해 보험정책을 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어떤 품목이 보험에 적합한지, 품목에 따라 보험 상품 중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지 면밀히 검 토해야 할 때이다. 농업에 진입하려고 하는 신규 진입농들에게 오히려 보험가입 걸림돌이 있는 것은 아닌지, 보험료율·손해율·가입률을 고려하여 농작물재해보험의 장기적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 농 업인안전재해보험에 대해서도 산재 가입대상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서 보험운용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회보험화에 대한 논의도 다각도로 살펴보아야 한다. 


보험정책이 농업활동 요소요소에서 위험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있기 어렵다. 다만 사각지대도 존재하고, 미스매치도 일어나 정책실효성이 약화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 ‘보험’의 특성을 살리면서 정책적 의의를 가질 수 있는 균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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