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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단체, 쌀 소비확대 지속화 위해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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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종진
external_image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19년 8월 6일
김 종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1980년을 전후해 우리나라는 오랜 숙원이었던 쌀 자급을 이루었다. 이는 1970년대 농정의 최우선 과제를 식량 증산에 두고 경지정리, 배수시설개선, 농업용수개발, 농지보전과 확대, 다수성 벼 품종개발 등의 국가적 역량을 집중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소비감소로 2000년을 기점으로 국내 쌀산업은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은 과잉생산 구조로 전환됐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인당 쌀 소비량은 1970년대 130kg을 상회했으나 1990년대 이후부터 연평균 소비량 감소율이 2%를 상회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2018년에는 1970~1980년대 소비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1.0kg으로 줄어들었다.


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농산물시장이 개방돼 타작물 재배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과잉공급으로 쌀마저 생산을 줄여야 할 처지에 몰리면서 농가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즉, 대부분 농산물이 생산량이 조금만 증가해도 가격이 폭락하는 것이 국내 농업 현실인 상황에서 벼재배를 줄이기 위한 타작물로의 전환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쌀 소비확대는 우리나라 농업의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농정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설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970년대에는 쌀 증산 및 소비억제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었다면 이제는 우리나라 농업의 생존을 위해 쌀 소비확대라는 정반대의 정책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쌀 소비확대 정책추진은 사회적 혹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개인의 소비행위를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라는 문제와 함께 타농식품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원론적인 시각에서 개인이 쌀 소비를 줄이고 타식품 소비를 늘리는 것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효용증진을 위한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개인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정책개입은 사회적 혹은 윤리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 또한, 쌀 소비확대가 타농식품의 소비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타농식품 생산 및 유통 종사자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쌀 소비확대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조식 결식으로 인한 쌀 소비량 감소에 대응한 정책은 쌀 소비 의향이 있는데도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판단되므로 정부 정책개입의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


저소득층 쌀 구매지원, 학교·직장의 조식 급식에 사용되는 쌀 구매지원, 결식률을 낮추기 위한 쌀 가공품의 생산, 유통,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 및 투자 등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분야라 할 수 있다. 또한, 한식의 영양 및 건강 측면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간접적인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쌀의 영양 및 건강 측면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등의 쌀 소비확대를 위한 노력은 생산자 단체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정책개입은 앞서 언급한 타품목과의 형평성, 정당성 확보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쌀 수급 상황에 따라 지속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즉, 흉작으로 쌀값이 급등할 경우 쌀 소비확대를 위한 정부의 재정투입은 정치적으로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자 단체에 의한 쌀 소비확대 노력은 정당성과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로 울 뿐만 아니라 쌀 소비증가가 생산자에게 수급 상황과 관계없이 언제나 善이기 때문에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즉, 쌀 소비확대는 국민의 식생활 행태를 바꾸는 일인 만큼 지속적이며 장기적인 노력이 수반되었을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주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농협, 쌀전업농연합회 등의 쌀 생산자 단체의 적극적인 역할에 더하여 쌀자조금이 시급히 도입될 필요가 있다. 한우자조금, 한돈자조금 등의 현재 운영되고 있는 농산물 자조금은 소비촉진 홍보, 교육 훈련, 연구개발을 통해 소비자 인식 개선과 수급 안정에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하루빨리 쌀자조금이 도입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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