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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쌀 시장 안정을 위한 전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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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종인

한국농업신문 기고 | 2019년 10월 25일 
김 종 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10월 하순으로 접어든 이맘때 농촌을 방문하면 대개는 노랗게 물든 벼로 황금들녘이 되곤 한다. 그렇지만 올해 누구라도 차나 기차를 타고 가며 농촌 들녘 풍경을 유심히 바라볼 기회가 있었다면, 논 군데군데 누워있는 벼를 보며 예년과 사뭇 다른 풍경에 놀랐을지도 모른다.

올해 9월 상순에 강한 바람을 동반했던 중대형급 태풍 ‘링링’을 시작으로 9월 하순에 많은 비를 뿌렸던 ‘타파’, 10월 초에는 영남 지역에 많은 피해를 준 ‘미탁’까지 이례적으로 태풍 피해가 연속적으로 발생하였다.
공식 집계가 완료된 태풍 ‘링링’의 피해 규모만 봐도 벼 도복(쓰러짐) 면적이 1만 8천 ha를 넘어섰다. `볼라벤`과 `덴빈`으로 백수(강풍 등으로 벼가 수정되지 못하고 말라 죽는 현상) 피해가 있었던 2012년 이래 큰 태풍 피해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농가가 느끼는 당혹감과 절망감은 더욱 컸을 듯하다.

이러한 태풍 등의 영향으로 올해 벼 작황은 전년과 평년과 비교해 매우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의 쌀 예상생산량 발표(10.15일) 기준으로 10a당 쌀 단수가 전년보다 6kg 감소한 518kg였다. 그러나 통계청 쌀 예상생산량 조사결과는 9월 중순까지의 작황을 조사한 것으로서 9월 하순과 10월 초의 기상 피해가 온전히 반영되기 어려워 11월 중순에 발표될 실 수확량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0월 초까지의 피해 상황을 반영하여 쌀 단수가 전년보다 10kg(2% 감소) 감소한 514kg이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전망한 쌀 단수를 기준으로 올해 쌀 생산량을 산출하면 약 375만 톤 수준으로 신곡예상수요량(380만 톤, 정부 추정)을 고려할 때 약 5만 톤 내외로 공급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태풍 등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 벼 전량을 농가로부터 매입할 방침이다. 피해 벼가 시장에 저가미로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다. 피해 벼 매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저가미 유통을 막을 뿐만 아니라, 매입규모가 커질 경우 그만큼의 물량이 시장공급량에서 제외되므로 벼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태풍 등으로 작황이 나빠져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쌀 가격 상승은 그나마 농가의 시름을 덜어 주는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벼를 매입하여 판매하는 RPC(미곡종합처리장) 입장에서는 원료인 벼 가격 상승이 쌀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거나, 수확기(당해 10~12월) 가격 대비 단경기(이듬 해 7~9월) 가격이 하락할 경우 적자를 면하기 어렵기 때문에 벼 가격 인상에 부담감을 느끼는 측면도 없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작년에 대부분의 RPC는 단경기 가격이 수확기 가격보다 하락하는 역계절진폭(단경기 가격이 수확기 가격 대비 2.7% 하락) 발생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쌀을 소비자에게 최종적으로 판매하는 소매 유통업체도 쌀 수급에 따른 가격 설정을 하되, 이로 인한 판매 및 수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쌀 가격을 결정할 것이므로 쌀 수급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금년 쌀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농가와 RPC 및 소매 유통업체까지 주요 시장참여자들이 현재의 쌀 수급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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