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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송한 쌀값과 불필요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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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종인

농민신문 기고 | 2019년 10월 30일 
김 종 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쌀 목표가격 기준 80㎏ 현실 괴리 일반화된 소포장단위 기준 반영을


우리는 평소 쌀을 구매하는 데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국민 한명이 평균적으로 한달간 먹는 쌀의 양은 대략 5㎏이고, 이를 최근 쌀 시세로 환산하면 1만3000원 정도다. 외식하는 횟수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쌀을 소비하는 데 드는 비용이 이보다 더 많은 경우도 있겠지만 가정에서 주로 밥을 먹는다고 가정하면 한달 기준 1만3000원, 하루 기준으론 400원 남짓을 쌀 소비를 위해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간혹 언론은 쌀값 상승이 물가상승의 주된 요인인 것처럼 보도한다. 과연 이 괴리는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 앞서 최근 쌀 시세로 적용한 것은 유통매장에서 주로 판매하고 있는 20㎏단위의 쌀값이다. 매장에서 많이 판매하는 쌀 중량은 20㎏과 10㎏이다. 최근에는 1인가구 증가로 소포장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1~4㎏단위로 판매하는 상품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소비자가 주로 구입한 쌀의 중량은 20㎏과 10㎏이 각각 44%, 37%로 주를 이뤘고 4㎏짜리 상품은 4%를 차지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소비자들이 유통매장에서 실제 구매하는 쌀 소매가격을 매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10월 하순 들어 20㎏짜리 쌀 한포대는 대략 5만1000원대에서 판매되고 있다.


정부가 각종 쌀 정책과 관련해 기준으로 삼는 쌀값의 공식 통계는 통계청이 한달에 세번, 매 순기(5·15·25일)마다 조사해 발표하는 산지 쌀값이다. 통계청도 소비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20㎏단위 상품으로 쌀값을 조사하는데, 이 기준으로 보면 최근 쌀값은 4만7000원 초반대에 형성돼 있다. 산지 쌀값 조사는 쌀을 도정해서 가공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의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일종의 도매가격과 같다. RPC가 판매하는 도매가격과 소비자가 실제로 구매하는 소매가격간에는 대체로 10% 내외의 차이가 발생한다. 소비자는 산지 쌀값에 10% 내외의 유통마진이 포함된 가격에 쌀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쌀 소매가격은 앞서 언급한 대로 5만1000원대에 형성돼 있다.


많은 소비자들은 쌀값을 관련 기사로 접한다. 그런데 쌀 목표가격이 18만8000원이라든가, 쌀값이 19만원을 넘어 물가상승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기사가 많아 혼란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런 기사는 80㎏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소비자가 실제로 유통매장에서 접하는 상품단위는 아니다. 그렇지만 소비자가 이런 기사들을 접한 후 쌀값 자체가 매우 비싸다고 느끼거나 실제보다 쌀값 변동성이 크다고 인식하는 착시효과가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80㎏단위는 일제강점기부터 쌀을 80㎏들이 가마니로 수매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요즘은 농가들이 벼를 담는 포대조차도 40㎏단위 사용이 일반화됐을 만큼 현장에선 전혀 활용되지 않는 단위다.


최근 국회에서도 쌀값 기준에 대한 문제의식이 공유되면서 쌀 목표가격 단위를 기존 80㎏에서 현장에서 주로 유통되는 20㎏으로 변경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부터라도 관련 법률뿐만 아니라 언론보도나 일상생활에서까지 쌀값을 표현할 때 주로 유통되는 단위 기준을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쌀값을 두고 벌어지는 불필요한 오해와 질타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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