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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무기질 비료산업의 존망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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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강창용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19년 12월 3일
강 창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비료관리법이 있고 그것의 관리부처가 농림축산식품부라면 비료의 생산과 산업에 대한 뭔가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옳은 말씀이지만 우리나라 비료산업, 토종 무기질 비료산업에 대해 종합적으로, 정책적으로 간여하는 데는 없습니다. 불행하게도. 아마 공정규격정도라면 모를까’ 얼마 전 국회 입법조사관들과의 면담에서 오고간 이야기이다.


국내 무기질 비료산업의 지속적 경영에 빨간 불이 켜진지 오래이다. 다년간의 수요자 독점시장에서 서서히 토종 무기질 비료산업이 쇠퇴해 가고 있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다양한 어려움이 있지만 농협의 수요독점적인 지위와 이를 활용한 최저가 입찰은 무기질 비료기업들이 넘기 어려운 장벽이다. 비료가격을 최소가격으로 인하하면 이는 결국 농민들의 소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앞세우기에 누구도 쉽게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국내 무기질비료 산업이 쇠망했기 때문에 비료를 전량 수입해서 공급해야 하는 상황을.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농업은 어떤 문제를 안게 될 것인가. 이것은 논리적인 상상이기에 현실과는 괴리가 있을 수 있음을 전제한다. 우선 우리가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로 수입비료공급이 일시적으로 멈췄을 때 그로 인한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산업연관분석에 의할 경우 1억원 어치 비료의 공급불가는 9.5억원 정도의 국내 생산차질을 유발한다. 이는 현재 비료산업이 존재하는 가정에서 도출된 것이기에 없는 상황에서는 피해가 훨씬 클 것이다. 비료의 공급차질은 농산물 생산과 농업소득의 불안정을 폭증하게 만들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외국 무기질 비료기업들이 비료가격을 임의적으로 올려도 이를 제어할 능력이 우리에게는 없게 된다. 농기계 시장에서 보듯 외국 기업들은 초창기 저가로 시장을 파고들고, 어느 정도 입맛을 길들인 다음, 고가로 시장을 석권해 나간다. 이런 전략은 여전히 다양한 재화의 국제시장에서 유효하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무기질 비료가격으로 인해 그토록 외치는 농업생산의 경쟁력은 곧바로 약화될 것이다. 우리 농업에 이득이 될까.


토종 무기질 비료산업에 의한 고품질 친환경 비료의 개발이 불가능하다. 부족한 일반 비료와 함께 스마트 농업대응 고품질 비료를 수입해야 한다. 하지만 외국 농약기업들이 고품질의 개발된 원제를 제한적으로 공급하면서 농약가격을 좌지우지하듯, 외국 무기질 비료기업의 행태도 비슷해질 것이다. 스마트 농업은 어렵게 되고 비료가격은 당연히 높게 형성될 것이다. 이래도 좋다면 할 수 없다. 작금 토종 무기질 비료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첫째, 원료를 수입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점, 둘째, 농협중앙회가 수요자 독점력을 활용해 최저가 입찰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점, 셋째, 원료가격의 상승과 무관한 지속적인 농협 비료가격의 인하, 넷째, 과도한 생산설비 등이다. 국내 무기질 비료산업은 3년 연속 경영적자를 보였고, 지난해에는 700억원 가까이 적자를 봤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사멸해가는 토종 무기질 비료산업을 일으켜 세우기 어렵다.


국내 무기질 산업을 살릴 것인가? 아니면 방치할 것인가? 무기질 비료산업과 국가, 농협중앙회가 머리를 맞대고 신속,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실효적인 토종 무기질 비료산업의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의 토종 무기질 비료산업은 중증환자이다. 하지만 여전히 어느 누구도 관심과 보호의 손을 내밀지 않고 있다. 상상하기 싫음에도 불구하고, 만약 이대로 토종 무기질 비료산업을 방치해서 쇠망하게 된다면,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자포자기의 심정조차 숨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 후, ‘돌이켜 보면, 그 당시 정말 어려웠지만 정부와 농협중앙회, 무기질 비료산업이 협심해서 발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실행한 것은 정말 잘 한 것입니다.’ 무기질 비료발전 협의회 자리에서 누군가에 의한 모두 발언이 되길 간절하게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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