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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SOC 10조원 시대’ 첫 해, 국민 삶의 질 높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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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정책브리핑 기고 | 2020년 1월 16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농촌정책연구본부장)


균형발전은 우리 개개인의 삶과 밀착되어 있다. 태어나고, 성장하고, 일하고, 즐기는 삶의 모든 공간이 바로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편안해지려면 대한민국 방방곡곡이 고르게 발전되어야 한다.


전국 어디서든 누구나 기본적인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나라, 일자리·병원·학교·교통 등의 문제로 불편과 걱정이 없는 지역, 이것은 우리가 미래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가치 있는 유산이자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이다.


균형발전의 오늘


문재인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의 새 전기를 만들어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구현코자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계획을 수립했다. 다양한 지역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인구·경제력, 생활서비스 접근성 측면에서 지역 간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는데 바탕을 두고 있다.


국토면적의 12%인 수도권에 인구의 50%, 1000대 기업 본사의 74%가 밀집되어 있다. 지방세의 54.5% 및 국세의 55.1%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각종 생활서비스, 보건·복지, 문화여가 등 생활 서비스 접근성 취약지역의 90% 이상은 비수도권에 위치한다.


경제적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더나은삶의질지수(the Better Life Index)에 따르면 OECD 38개국 중 대한민국은 29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공동체 부문의 순위는 38위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집중된 수도권에서는 출퇴근 시간 지옥철이 문제가 되지만, 인구가 적고 분산 분포하는 농촌에서는 버스를 타기 위해 한두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다. 서울의 고시원은 가득차고, 농촌의 빈집은 늘어간다. 서울의 인력 시장에서는 일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서지만, 농촌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 외국인 노동자를 구한다.


중앙정부 주도의 단편적 사안 중심 접근 방식만으로는 현재 우리가 당면한 저성장·양극화·불균형·저출산·지방소멸 등 당면한 국가적 과제 해결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내일의 균형발전을 위한 밑그림 


 문재인정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3대 가치는 분권·포용·혁신이다. 우선, 지역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중앙부처가 지원하는 분권형 균형발전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지역발전투자협약 재도입, 재정분권을 반영한 균형발전특별회계 개편 등이 본격 추진될 것이다. 


둘째, 전국 어디에서나 안정되고 품격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하고 포용적인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한다. 특히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생활 SOC 확충, 농어촌 3·6·5생활권 구현, 사각지대 없는 문화·보건·복지, 도시재생 등을 통해 촘촘한 균형발전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셋째, 지역주도 자립적 성장기반 마련을 목표로 혁신성장을 추진한다. 규제자유특구 조성, 지역 여건에 맞는 상생형 일자리 창출, 유휴자산 활용 등이 지역에 혁신적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최근 대통령은 신년합동인사회에서 2020년은 ‘생활 SOC 10조원 시대’ 첫 해로 상생형 지역 일자리,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도시재생 뉴딜 등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국가균형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지자체와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또한 신년사에서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는 한편,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 SOC’ 투자도 역대 최대 규모인 10조 원 이상 확대함으로써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바 있다.


정책이란 먼 미래의 변화를 위해 현재의 흐름을 바꾸는 일종의 밑그림이다. 수도권 대비 지역인구 비중 50%, 지역의 일자리 비중 50% 이상, 농어촌으로의 순유입 인구 5년 동안 90만 명 이상 달성 등이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통해 달성할 5년 뒤의 미래상이다.


이는 지역에서의 삶의 질이 높아 안정되고 품격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고, 전국 방방곡곡이 매력적인 곳으로 탈바꿈되며, 일자리가 생겨나는 혁신이 이루어질 때 달성 가능한 양적 목표이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관심과 노력이 균형발전을 앞당겨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2019년 5월에 국민 3300명을 대상으로 내 삶의 버킷리스트를 질문한 적이 있다. 도시민의 절반 정도는 농촌에서 버킷리스트를 실현해 보고 싶다는 의향을 보였다. 대체로 여행, 자연 속 자급자족 생활, 취미 및 예술활동, 농사, 지역사회 참여와 봉사 등에 대한 버킷리스트를 이야기했다.


특히 앞으로 5년 이내에 버킷리스트를 실현하려는 도시민은 전체 응답자의 37%에 달했고, 이 중 구체적인 준비 단계에 돌입한 이들이 83.6%에 달했다. 국민의 486만명이 농촌에서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고, 이 중 113만명은 1년 이내에 실천을 위한 준비 단계에 돌입해 있다.


그런데 농촌에서 버킷리스트 실현이 쉽지 않은 이유로 29.5%가 열악한 생활환경, 17.9%가 열악한 문화여건을 꼽았다. 지역의 삶의 질 여건이 열악하다는 것은 국민들의 꿈을 실현하는데도 장애요인인 셈이다. 국민들은 농촌에서 한달 살아보기, 1년 살아보기 등이 가능한 저렴한 주거지 제공, 농촌 지역에 대한 다양한 정보의 확산, 맞춤형 교육 및 친절한 컨설팅 등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이야기했다.


사실은 그리 거창한 주문도 아니다. 균형발전의 지향은 국민의 다양한 가치와 꿈을 실현토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곧 지역에 최저한의 삶의 조건을 갖추게 하고,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작은 관심과 노력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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