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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와 수자원 관리가 농업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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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준기

농수축산신문 기고 | 2020년 3월 27일
박 준 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 농업은 과거 농산물 공급 부족을 경험하면서 증산(增産)이라는 한 방향으로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 결과 농업생산기반이 정비됐고, 농업 생산성이 향상됐으며, 쌀 중심의 식량자급률 제고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비료, 농약 등의 과다 사용 문제가 제기됐고, 가축분뇨 등 부산물 공급 과잉으로 농업 내에서 자원 순환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편, 소득 증가로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의 인식변화는 관행농법에서 환경친화적 농법으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농산물 수요 측면에서만 환경친화적 농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진다고 해서 모든 소비자가 친환경농산물만을 소비하는 것은 아니므로 수요 측면만 강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환경친화적 농법이 강조돼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농업의 핵심 자원인 농지와 수자원의 미래 모습에서 그 중요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고투입 방식의 관행농법으로 농지와 수자원을 이용해도 과연 우리 후손들이 농업자원을 활용하는 데 문제가 없을까? 숨 가쁘게 내달리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농업자원의 실태를 점검해 봐야 한다. 토양은 산성화되고, 농업용수는 낭비 혹은 오염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자원 순환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해 부영양화(富榮養化) 현상에 직면한 것이 우리 농업의 한 단면이다.


농업의 경쟁력은 소비자의 수요와 농업자원의 미래라는 양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 환경친화적 농법은 시장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며, 후손들에게 건강한 농업자원을 물려주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농가의 역할 변화와 정부 지원 방식의 개편이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농업자원의 미래를 고려한 자원관리 방안과 정책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


농가는 관행적으로 시행해 오던 투입재 위주의 농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를 들면, 가을걷이 후의 들판을 보면 언제부터인가 볏짚은 둥근 마시멜로우 모양(곤포 사일리지)으로 변해 있고, 논에서는 볏짚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영농철이 되면 다양한 형태의 비료를 투입, 토양의 산성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 방식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국비사업으로 시행되는 대표적 투입재 지원사업이 유기질비료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가축분뇨 등을 활용한 자원순환과 농가의 경영비 절감 등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더불어 농가의 환경친화적 농법 적용 노력을 보완하는 역할이 돼야 한다. 그러나 토양의 합리적 관리보다 영농 편의적 접근으로 오히려 토양 산성화를 촉진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관행적 농법과 지원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을 넘어서 농업의 미래 준비를 위해 자원관리 방식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농업자원의 합리적 보전과 관리를 위한 명확한 방향과 목표가 제시돼야 한다. 농업에 이용되는 토양과 농업용수의 실태를 진단하고, 나타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실천 가능한 방식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해 나아가면 될 것이다. 단계별 성과지표를 개발해 농업자원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피드백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최근에 도입된 공익직불제의 선택형직불도 농업자원 관리 노력을 견인할 수 있는 정책 수단 중 하나이다.


토양·물과 같은 농업자원이 없는 농업은 존재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관행농법이 농산물 생산 위주였다면, 이제부터는 단계적으로 농업자원에 중심을 두는 환경친화적 농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미래가 있는 건강한 농업자원이 확보될 때 농업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며, 우리 후손들도 농업을 영위하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농업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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