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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마늘 의무자조금 출범에 대한 기대와 과제 새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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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동아일보 기고 | 2020년 7월 29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지난 2년간 국내 양파와 마늘 농가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가격 하락으로 소득이 크게 감소해 생계마저 위협받았다. 절박한 위기의식을 느낀 양파·마늘 농가들이 의무자조금 결성을 추진하게 된 이유다.


올 7월 기준 가입 대상 농가 중 3분의 2가 넘는 4만3200명가량이 의무자조금 가입에 동의하면서 의무자조금 설치를 위한 법적 요건이 충족됐다. 자조금단체는 대의원 선출 선거를 마쳤고, 의무자조금 설치 계획 찬반 투표를 거쳐 의무자조금 설치를 공식화했다.


자조금은 법적 규정이나 집단 결의에 따라 회원에게 돈을 걷어 특정 목적에 사용하는 제도화된 기금이다. 이 중 의무자조금은 모든 회원이 의무적으로 납부해 조성하는 기금이다.


강제성 있는 의무자조금 조성을 통해 양파 및 마늘 농가들은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탄력적 수급 조절을 통한 가격 안정으로 지속 가능한 농사를 꾸려 안정적인 소득을 거두는 게 최우선일 것이다.


의무자조금단체는 수급 불안이 발생하면 △자율 수급 조절이 가능한 경작 신고 △저품위 상품 자율 폐기 △출하 규격 설정 및 출하 시기 조절 등을 주도할 수 있다. 정부는 효율적인 수급 조절 체계 구축을 위해 일방적 관 주도 방식에서 산업계와 정부가 공동으로 수급 안정을 달성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로 생겨난 게 의무자조금 제도다.


의무자조금에 거는 기대가 현실화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의무자조금 운용은 모든 회원의 의무적 자조금 납부·거출에서 출발한다. 비용은 내지 않고 편익만 취하려는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재원 부족, 조직 결속력 저해가 초래된다. 미국 유럽 등은 자조금을 부과금 및 조세 형태로 징수하고 쉽게 자조금 납부·거출을 할 수 있도록 거출 지점과 거출 방식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한국도 자조금 납부·거출 방식을 다듬어야 한다.


자조금 목적 사업으로 수급 조절을 채택할 경우에는 소득 증대 효과에 대한 인식이 공유되고 자조금에 대한 생산자의 극소액 부담 원칙도 완화돼야 한다. 자율적 수급 조절을 위한 생산자 협의 및 교육은 적은 비용으로도 가능하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출하량 조절 등을 실시하려면 보다 큰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조금 운영이 활성화되려면 중앙 의사결정기구인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가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한다. 지자체와 산지 조직의 적극 협조도 필요하다.


올 5월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다. 자조금단체에 농업 경영체 등록정보를 제공하고 의무거출금 미납자는 정책 사업 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자조금 운영을 지지할 법 규정이 마련된 것은 고무적이다.


자조금 제도가 발달한 선진국들은 생산자 스스로 공급 과잉 문제 등을 해결하고 있다. 한국도 이제는 자조금 제도를 통해 자체 수급 조절 역량을 키워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생산·유통·가공 전략 수립 △연령·계층을 고려한 홍보·광고 △현장 애로를 해결하는 연구 개발도 해야 한다. 양파와 마늘의 의무자조금 출범을 계기로 수급 조절 문제와 산업 발전을 위한 과제가 생산자와 정부의 협력으로 하나씩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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