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제4유형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농업소득, 이대로는 안 된다
3420
기고자 박준기

농수축산신문 기고 | 2020년 8월 7일
박 준 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가의 경제활동 성과지표인 농가소득은 농업소득, 농외소득, 이전소득으로 구성돼 있다. 종합지표인 농가소득은 지난 2005년 3000만 원대에 진입한 이후 완만하게 증가해 왔으며, 2018년에 4207만 원으로 10여년만에 4000만 원대에 진입했다. 이같이 도·농간 소득격차는 크게 줄지 않았고, 고령영세농의 소득문제가 상존하고 있지만 농가소득이 완만하게나마 늘어온 것은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농가의 영농활동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인 농업소득은 어떨까? 농가소득의 완만한 증가추세와 달리 농업소득은 1994년에 1000만 원대에 진입한 이후 등락을 반복하면서 정체돼 있다. 그 결과 농업소득의존도(농업소득/농가소득×100)는 2005년 38.7%에서 2019년 24.9%로 13.8%포인트 감소했다. 농촌사회의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로 농외소득 활동 혹은 이전소득 비중이 높아진 점도 농업소득의존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농업소득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농외소득과 이전소득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는데 왜 농업소득만은 여전히 정체 상태로 횡보하고 있는지, 이러한 현상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방안 모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농업소득 정체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시적 가격등락 대응과 같은 단기적·대증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생산·유통·경영안정 등 다차원적 측면에서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 먼저 소비자의 농산물 수요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는 농업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재인식해야 한다. 소비자의 농산물 수요는 안전성과 고품질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투입·다수확 방식의 관행적 농법으로부터 환경친화적 농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농산물의 시장가치를 높이고, 경영비를 절감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음으로 농산물 시장에서 농업인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농업인은 농산물 생산에 전념하고, 정부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제값을 받게 하라는 것이 기본 접근방식이었다. 그러나 도매시장, 직거래, 온라인 거래 등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농업인의 입장을 우선으로 하는 농산물 유통방식은 마련되지 못했다. 여전히 농산물가격은 불안정하고, 농가는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만 반복되고 있다. 이제부터는 농업인들이 자조금조직 혹은 산지유통조직과 같은 자발적 생산자조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농산물 시장에서 가격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농가가 안정적으로 영농에 종사할 수 있도록 경영안정지원제도를 확충해야 한다. 이상기후로 인한 병해충과 자연재해가 빈발하며, 농작업의 기계화에 따른 농업인의 안전재해 노출도 확대되고 있다. 또한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심화되는 등 농가가 직면하는 농업경영위험은 다양화되고, 규모와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농업 현장의 경영위험을 모니터링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충해 농가가 안심하고 영농에 종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농업소득 제고를 위해서는 특정 부문이 아닌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 농산물 소비패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부가가치를 높이고, 농산물 시장에서 생산자 역할을 확대하며, 농업경영위험을 체계적 관리해 안심하고 영농에 종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