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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재해보험, 농가 경영안정 기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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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농민신문 기고 | 2020년 8월 31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올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만만치 않다. 지난겨울 이상기온으로 해충 피해 우려가 커졌고, 4월초 최저 기온이 영하 5℃까지 떨어지면서 과수농가의 피해가 막심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농민들은 올해 농사를 포기하지 않고 태풍 방재에 촉각을 세웠지만, 최장기 장마로 농경지 침수 피해가 크게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잦아진 가을 태풍에 대한 피해도 우려되는 시점이다. 올해 농사는 그야말로 ‘자연재해 위험’에 노출된 농업의 특수성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많은 나라에선 이러한 위험에 대비한 ‘농업보험’ 제도를 통해 농가의 경영안정을 돕고 있다. 우리 정부도 위험을 분산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농업재해보험을 2001년 도입했다. 가입 의사가 높았던 사과·배 품목으로 시작한 농작물·가축재해보험은 이후 대상 품목과 보장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올해 67개 품목을 포함하게 됐다. 보험 가입규모도 꾸준히 증가하는 등 20여년 동안 외연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이 있었다.


올해처럼 예상치 못한 재해가 일어났을 때 보험정책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 보험가입률은 품목마다 큰 차이가 있어 경영안정 수단으로써 한계가 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수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5.5%에 해당하는 농민들이 ‘농업재해보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불과 몇년 전에는 몰라서 가입하지 못했다는 농민들도 꽤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알고 있어도 본인 농사와 맞지 않아 가입하지 않았다는 경우가 더 많다. 농민들이 보험상품에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을 보면 개별 농가에 적합한 보험제도 운영이 미흡하고, 주로 재해사고 가능성이 큰 농가가 가입하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재해 위험이 계속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보험의 정책적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재해가 일상화되면 보험시장 참여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농업재해보험은 정책보험이기 때문에 보험과 보조정책 특성을 동시에 포함한다. 따라서 참여자들간 시각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보험은 보험다울 때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운용을 할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보험정책이 농가 경영안정 정책의 한축으로 역할을 해왔다면, 향후 20년간 보험정책이 발전하려면 농가 경영안정에 세밀하게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보험 기반 강화가 시급하다. 보험 기반은 경영정보·영농정보 같은 통계뿐 아니라 상품 개선, 사후관리까지의 관리체계를 포함한다. 이를 통해 병해충, 경영비 변동같이 농가가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에 대해 보험정책을 설계·연계해 경영안정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보험 기반 구축은 정부나 농민 어느 한쪽의 힘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정부는 기존 제도를 검토하고 필요한 보험 기반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농가도 보험이 미래 위험에 대비한 영농활동의 일부임을 이해하고, 매출 파악을 위한 사업자 등록 및 소득 신고 등 보험 기반 구축에 협력해야 한다.


지난 20여년 동안 농업재해보험에 성과가 있었지만 효율적인 보험으로 다수 농가의 경영안정에 기여하기보다는 일정 수준, 특정 위험에 대한 재해보상으로서의 역할이 컸다. 이제 우리 농업의 보험 기반을 재검토할 때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아래 고도화된 농업재해보험이 농가의 경영안정에 더욱 기여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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