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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 패러다임 전환과 협력 체계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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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미래정책포커스 | 2020 가을호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기침체와 대량실업, 사회 불평등, 국제협력 균열 등 일련의 복합적 위기를 초래하여, 지금은 인류 역사의 그 어느 때보다도 미래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이다. 우리는 불확실성이 크고 사회·경제·문화를 포함한 모든 부문에서 전환의 필요성이 커진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 근본적인 극복을 위해 기존 경제·사회 시스템의 전환과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하다. 세계적 석학인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전체주의적 감시와 시민 역량 사이의 선택, 국가의 고립과 글로벌 연대 사이의 선택 등 인류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또한 글로벌 기후변화는 인류의 운명과 번영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기이다. 이에 정부는 감염병 위기·경제사회 위기·기후 위기 등의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고 선도형 경제 기반을 구축해 안전망을 강화하고자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을 2개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농업·농촌은 성장과 생산성 정체, 농업인 고령화와 인력 부족,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삶의 질과 농촌인구 감소 등의 근본적 문제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사회 환경변화 대응 등 새로운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


농업·농촌이 직면한 어려움을 살펴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해 왔던 농정 틀 전환의 내용을 소개한 후 새롭게 맞닥뜨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추진해야 할 농정 방향을 제시한다.


큰 어려움 직면한 농업·농촌


첫째, 농업은 최근 GDP가 정체되고 생산성 증가율이 둔화하는 등 성장 추동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즉 상대적으로 낮은 (노동)생산성, 시장개방에 따른 낮은 농산물 가격, 투입재 가격 상승 등은 불충분한 농업소득을 낳고, 이는 민간 투자 위축과 혁신역량을 갖춘 신규 농업인 유입 부족으로 이어져 생산성 향상을 제약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업은 토지 확대의 제약, 농가인구 감소와 농업노동력 부족, 불확실성과 낮은 수익성으로 인한 자본 투입 확대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어 투입 증가를 통한 농업 성장은 한계에 봉착해 있다. 이로 인해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국가 기반산업으로서 농업은 미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중대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둘째, 한국 농업은 농업발전 3단계에서 4단계로 이행 중이며 거시경제 전반에 통합되어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새로운 국민적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농업이 4단계로 원활하게 이행한다면 농업·농촌뿐만 아니라 환경·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다양한 공익적 기능 제공으로 경제·사회 전반의 편익이 증가한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농업은 생산 측면에 무게 중심을 실어 왔고, 그 결과 여전히 사회적 수요 변화 대응에 미흡하다.


셋째, 대내외 여건 및 사회 변화와 다소 유리된 성장 중심·중앙정부 중심의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UR 협상 이후 개방 농정은 생산성 향상과 구조조정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춰 왔다. 이로 인해 생산성은 높아졌으나 최근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고, 집약적·고투입 영농 방식을 적용하면서 가축 질병과 환경 부하 증가, 농식품 안전성 문제 심화 등 부작용이 발생하였다. 또한 중앙정부 주도의 계획·실행·관리는 지자체와 농업인·농기업 등 다양한 참여 주체의 자발적 혁신 노력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


넷째, 농촌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인구 과소화·공동화로 경제적·사회적 활력과 지역 혁신역량이 저하되고 있다. 아울러 저밀도 농촌 지역에 대한 재정 투입을 억제한 결과, 복지·주거·교통·교육·문화·의료 등의 정책 영역에서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편, 귀농·귀촌 증가로 최근 농산어촌 지역으로의 인구 순유입이 이어지고 있으나, 면 단위 농촌 인구는 수년 후부터 감소할 전망이다.


농정 틀 전환 통해 삶의 질과 행복 증진


이러한 농업·농촌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지난해 12월 대통령 자문기구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지속가능성, 혁신, 포용, 협치를 기본방향으로 하는 농정 틀 전환을 발표하였다.


농정 틀 전환은 농업·농촌의 현안 해결을 위한 단순한 제도의 개선이 아닌 농정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이에 부합하도록 농정을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 비전이 발전국가 또는 신자유주의 국가에서 혁신적 포용국가로 전환됨에 맞춰 농정 패러다임을 ‘생산주의 농정’에서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고, 농촌의 자연자원과 환경을 보전하며, 농촌 공동체의 활력과 농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도농 공생의 ‘지속가능 농정’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농정 이념은 ‘산업·상품 중심의 성장·경쟁·효율’에서 ‘사람·공익적 가치 중심’으로 전환한다. 농정 목표로는 ‘경쟁력 있는 농업 육성’에 더해 ‘국민과 농민의 삶의 질과 행복 증진’을 함께 추구한다. 농정 대상은 ‘농업·농민 중심’에서 ‘농업·농촌·식품, 모든 국민과 미래세대’로 전환한다. 농정 방식은 ‘중앙 주도 하향식 농정’에서 ‘자치분권과 다양한 주체 간 협력과 협치’로 전환한다.


농정 틀 전환을 위해 농정추진 체계 개편, 분권 농정 실현, 예산제도 전환, 농산물가격 안정, 농가경영 안정, 농촌사회 주체 형성, 협동조합 개혁, 먹거리 체계 확립, 남북협력 강화, 농촌 삶의 질 향상, 기후변화 대응의 12개 개혁 어젠다를 제안하였다.


공감대 형성과 협력체계 구축 필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농정은 농정 틀 전환의 체계적 추진과 더불어 두 가지 측면에서 보완·강구될 필요가 있다. 첫째, 농정 역시 안전망 강화,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추진으로 농업·농촌 부문의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면서, 기후 위기·감염병 위기·경제사회 위기 극복과 선도형 경제로 전환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새로운 사회·경제체제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농업·농촌의 도약을 창출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공감대 형성이 미흡했던 농정 틀 전환을 위한 개혁 어젠다를 코로나19를 계기로 정책화하도록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활력이 저하된 농촌은 농촌 지역의 공공 및 민간 서비스 확충, 사회적 일자리 창출, 농촌공간계획에 입각한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농촌 공간 조성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농촌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도시 인구의 농촌 이동을 촉진하여 저밀도 경제사회와 국가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사회적 수요 대응에 미흡하고 혁신이 정체된 농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민간 주도 혁신으로 생산성 증대 및 혁신형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또한 민·관 협력을 통한 경제·사회·환경 측면에서의 다양한 공익적 기능 창출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고령화되고 양극화되어 있는 농업인의 경우, 규모화된 전업농은 시장 기반 혁신 창출로 농업 생산성을 향상하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여야 한다. 다수의 중소농은 공동체 협력 기반의 혁신 창출로 농업·농촌의 사회적·환경적 가치 창출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국민은 농촌에서 합리적인 주거 및 생활비용, 편리·안전·건강한 삶, 깨끗한 환경, 일과 여가 양립, 자아실현, 공동체적 삶을 누릴 수 있으며, 농업으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받아 소비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농업·농촌은 경제적 성장뿐만 아니라 국민의 삶의 가치(행복) 증진에 기여할 수 있으며, 국민은 농업·농촌 가치에 공감하고 지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제시한 농정 틀 전환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 농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미래 준비를 위한 다양한 주체 간 공감대 형성과 협력 체계 마련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즉 농업·농촌 현장의 농업인 및 단체와 정부 간에 농정개혁 의지를 상호 확인하고, 세부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각 주체 간 노력이 절실하다. 농업인은 선언적 제안을 넘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행 방안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논의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 정부는 농업인 및 단체를 농정 개혁을 위한 정책과 제도 개선의 동반자로 삼아 협력하고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학계 및 연구 관련 전문가는 농정 개혁과 실행 방안의 이론적·논리적 타당성 및 효과 분석을 통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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