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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EP 출범, 우리 농업에 미칠 영향과 정책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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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대희

정책브리핑 기고 | 2020년 12월 7일
정 대 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RCEP 서명과 의의

지난 11월 15일, 우리 정부는 RCEP 제4차 정상회의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에 공식 서명하였다. 2012년 11월 20일 협상개시 선언을 한 이후 8년 만에 이루어낸 성과이다.

이번 서명에 많은 관심이 주목되는 이유 중 하나는 RCEP이 세계 최대의 메가 FTA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RCEP 출범부터 협상에 참여한 우리나라에게 이번 서명은 그 의의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RCEP은 미·중 간의 무역 갈등으로 말미암은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코로나19로 인해 가중되고 있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RCEP이 발효될 경우 우리나라 실질 GDP는 0.41~0.5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분야의 위기 요인

RCEP이 우리나라 경제에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는 장미빛 기대감이 있지만 모든 분야에서 긍정적인 기대가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다른 산업에 비하여 대외경쟁력이 취약한 우리 농업계에서는 RCEP 체결에 따른 추가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근심이 더욱 큰 것이 사실이다. RCEP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중국, 호주, 뉴질랜드와 같은 농업 강대국들이 즐비하고 아세안 국가들의 농업 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업부문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관세양허 분야이다. 이미 농식품부가 발표한 바와 같이 우리 정부는 우리나라 농산물의 민감성을 반영하여 쌀, 고추, 마늘, 양파와 같은 주요 민감품목들을 개방에서 제외하였고, 추가 관세철폐도 제한적이다. 신규 FTA 체결 효과가 있는 일본에게도 전체 품목 중 46.2%를 개방하는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 지었기 때문에 농업계의 우려에 비해서는 RCEP 체결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세안에 대해서 구아바, 파파야, 망고스틴과 같은 열대과일이 추가 개방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일부 과일·과채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중국에 대해서는 녹용이 추가개방 되었고, 일본에 대해서는 절화류와 주류(청주·소주·맥주)가 개방되면서 관련 산업의 피해가 예상된다.

또 다른 우려 사항은 원산지 분야이다. 기존에는 각각의 FTA별로 서로 다른 원산지 기준을 적용받았지만, RCEP에서는 원산지 기준을 통일하여 ‘스파게티 볼(서로 다른 원산지, 통관절차 등 서로 다른 규정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혼선으로 무역비용이 증가하는 현상)’ 효과를 최소화하였다.

RCEP 역내 국가들로부터 재료를 들여와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 재료누적을 인정받을 수 있어 관세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 농식품을 수출하는 기업도 국내보다 가격이 저렴한 중간재를 수입하여 국내산 원재료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로 인한 농업부문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분야의 기회 요인

RCEP 타결로 인한 농업부문의 우려 요인들이 많지만 기회의 요인들도 존재한다. 우선 관세양허 부분이다. 우리나라가 추가 개방한 품목이 있지만, 상대국들도 우리나라에게 추가 개방한 품목이 있다. 단순 비교할 경우 우리나라가 상대국으로부터 추가 관세철폐를 받은 품목이 더 많다.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아세안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과 같은 축산물과 우유, 버터, 치즈 등과 같은 낙농품 그리고 포도, 사과, 배, 복숭아, 감, 딸기 등과 같은 신선 과일이 이번 협정으로 추가개방 되었다.

또 일본 시장에서는 버섯류, 배, 막걸리, 청주, 소주 등이 개방되었다.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 주요 농산물 수출시장이며, 아세안도 한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주요 수출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에 좋은 기회의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산지 부분에서도 기회의 요인이 존재한다. 그동안 아세안과 중국으로 수출시 기관발급 원산지 증명서만 허용되었다. 기관발급은 조건이 까다롭고 장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어 상대적으로 영세한 우리나라 농식품가공업체들은 농산물 수출에 있어 원산지 활용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협정으로 인증수출자 자율증명방식도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자격을 갖춘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 기업들은 자율적으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원산지 발급과 관련된 절차가 간소화될 뿐만 아니라 관세 특혜도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아져 우리나라 농식품 기업의 수출확대도 기대된다.

또한 RCEP에는 한·아세안 FTA에서는 포함되지 않았던 통관절차 및 무역원활화 조항도 포함되어 있으며 통관절차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제출된 경우 48시간 이내에 상품이 세관으로부터 통관되도록 하였다. 농산물은 신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농산물 수출에 있어서 통관절차나 통관시간이 등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협정으로 그동안 통관으로 인한 애로사항이 많았던 ASEAN 시장에서의 통관절차의 간소화와 일관성 및 투명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정부 대책

우선 농업부문에 예상되는 위기 요인에 잘 대처할 필요가 있다. 추가개방에 대한 대책은 향후 관련 연구기관들의 영향분석을 바탕으로 관계부처가 잘 수립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FTA들은 주로 축산분야에 피해가 집중되었기 때문에 피해대책이 주로 축산분야에 집중되었다.

이로 인해 FTA 피해대책에 대해 품목들간의 형평성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RCEP으로 인한 영향은 주로 과일·과채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관련 산업들을 중심으로 대책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 또한 규모가 영세하여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양록 산업에 대한 안배도 필요하다.

통합된 원산지 규정으로 변화될 글로벌 가치 사슬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변화된 원산지 규정은 농업부문에 위기의 요인이 될 수도 있고 기회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농업분야에 관련 연구가 적어 이로 인한 영향을 쉽게 저울질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농업부문의 글로벌 가치사슬에 대한 연구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축적된 지식은 향후 CPTPP와 같은 또 다른 메가 FTA를 가입할 때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회의 요인을 살리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기존의 FTA와 비교했을 때 RCEP 역내 국가들은 사회문화적으로 우리나라 농식품을 수출하기에 적합한 시장일 뿐만 아니라 원산지 증명 절차와 통관절차도 개선되는 등 농식품 산업의 새로운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농산물 수출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우리나라 농산물 수출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수출정보 제공 및 컨설팅, 수출품목육성 및 발굴, 안전성 및 품질관리 지원, 통관 및 물류지원, 현지 유통망 개척, 수출 지원 자금융자 등 다양한 분야 걸쳐 지원을 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수산 분야의 FTA 활용률은 낮은 상황이다.

우리나라 농식품업체는 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에 수출시장 발굴과 더불어 원산지 증명, 통관, 검역 등의 업무를 모두 수행하기에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해당 분야의 외부 전문가 활용이 중요하다. 우선 현재 있는 제도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 시행되고 있는 수출컨설팅 제도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인력을 확충하여 지원 대상과 지원 기간도 늘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원산지 활용에 대한 설명회나 교육을 강화하고 무엇보다 현장에 직접 찾아가 기업 현장에 맞는 맞춤형 컨설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농림수산식품 분야 FTA 특혜관세 활용률은 55% 수준으로 전체 산업 평균 75%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또한 현재 지원되고 있는 수출 물류비는 2024년이면 지원이 중단된다. 특히 수출물류비 지원은 농식품 수출증대에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WTO 협정에 따라 수출 물류비 지원 사업을 연장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지원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편, 현재 존재하는 많은 제도들이 수출 실적을 기준으로 지원대상을 선별하기 때문에 혜택을 받는 업체들이 계속 혜택을 받는 구조가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새로운 트랙을 신설해 현재는 영세하지만 수출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신규 수출 업체를 발굴하고 육성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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