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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하는 농사, 머리로 하는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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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농민신문 기고 | 2020년 12월 23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류에게 미치는 파장은 위협적이다. 의료와 방역기술이 발달한 현대문명에서도 코로나19 치료와 확산 방지가 어려워 불과 1년 만에 전세계적으로 7000만명 이상이 감염되고 사망자는 160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산업과 일상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농업부문도 여지없이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먹거리산업이 요동치고 있다. 코로나19에 위협을 느낀 소비자들이 외식보다 가정식을 선택하면서 외식산업은 치명타를 입은 반면 배달 음식과 온라인 구매, 가정식 요리문화 관련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아울러 건강식품과 친환경먹거리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농식품 소비와 유통의 대변혁이 시작됐다. 소비문화와 유통 관행이 깨지고 있다. 밖에서 근사하게 사 먹는 외식문화는 집에서 소박하게 차려 먹는 가정식 소비문화로 대체되고, 도매시장과 대형마트 중심의 오프라인 유통 관행은 온라인과 직거래 등 다원적 유통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굳이 온라인 유통을 강조해 정책화하지 않아도 돈이 되는 곳에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먹거리 공급의 시발점인 농업 생산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화·근대화 이후 지금까지 땅을 일궈 몸으로 농사짓던 ‘농사의 시대’는 그 시절 농사꾼·농군이었던 어르신들이 농업 현장을 떠나고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저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인력이 대폭 줄어 앞으로 인력 의존적인 농업은 지속하기 어렵고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특히 고령농 중심이며 100% 기계화된 쌀농업은 쌀 소비 감소와 함께 주력 농업에서 멀어지고, 세대교체된 농민들이 원예·축산업 중심으로 미래농업을 이끌 것이다. 이들 분야에서 완전 기계화와 첨단화를 이룬 미래농업은 ‘머리로 하는 농업의 시대’가 돼야 한다.


요즘 농업계에서 농정 틀 전환, 농업·농촌 뉴딜 등 멋진 용어들을 즐겨 쓰고 있다. ‘사람과 환경을 중시하는 지속가능 농정’이 그 중심이고, 모든 정책 내용이 그 안에 망라돼 두루뭉술하게 보일 수 있다. 두루뭉술한 정책은 그 미래도 모호할 수 있다. 산업으로서의 농업, 농업 전문인으로서의 농민, 국민 삶의 터로서의 농촌이 가야 할 방향과 길은 분명히 다르다. 이에 따라 정책 내용도 명료하고 차별화돼야 한다.


산업으로서의 농업은 미래 먹거리산업으로서 지속성과 경쟁력이 핵심이기 때문에 소득을 높이는 산업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소득 증대는 농정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다. 농업의 주체인 농민은 농업 생산 전문가이자 농업경영자로 육성해야 한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농사꾼 이미지에서 벗어나 전문인으로서 자주적으로 농업소득을 창출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 지원과 보조 의존도가 심해 주객이 전도되는 모양새는 농민들의 자존심을 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으로서 농촌은 농민뿐 아니라 국민이 생활하는 삶의 터로 인식하고 범부처 정책을 펴야 할 곳이다. 농정의 핵심은 농촌이라는 지역보다 산업으로서의 농업과 농업경영주체로서의 농민임을 명심해야 한다.


농정단체·농민단체·생산자조직 등 농업·농촌·농민을 대변하는 조직과 단체의 화합도 중요하다. 순수성과 거리가 먼 정치단체처럼 대립하고 갈등·반목하는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각 단체의 목적성과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한국농업의 미래를 위해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협력하되 분명한 ‘자기의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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