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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사태를 농지제도 재정립의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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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동아일보 기고 | 2021년 4월 8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LH 사태 이후 농지 투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국민의 먹거리 생산기반으로 경자유전 원칙이라는 특수한 소유규제 원리를 갖는 농지에 투기가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농지는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농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게 이용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농지의 취득과 취득 이후의 관리에 대한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농지의 취득자격 심사 조건 강화, 투기우려지역 농지 및 주말·체험영농 목적 농지의 취득 관리 강화, 부동산업을 영위하는 불법 농업법인의 농지 취득 제한, 농지이용 실태조사와 농지처분명령 제도의 강화, 농지 관련 정보를 종합·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기존의 농지원부를 농지대장으로 개편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농지 관련 불법행위 단속을 위해 농지 특별사법경찰제의 도입을 준비하는 것과 농지관리를 위한 민관 거버넌스로 중앙정부 차원의 농지관리위원회와 시·군 지역 차원의 농지위원회 운영을 구체화한 점이다.


이 같은 많은 제도 개편을 포함한 개선방안은 전반적으로 시의적절한 내용이며 시급히 관련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비농민에게 예외적으로 허용된 이농·상속 농지의 체계적 관리, 현장 농지 관리 거버넌스 운영과 관련하여 농어촌공사의 조직 재편과 농업회의소 설립 및 기능 부여, 농지의 효율적 이용과 직불금 부당 수령 문제 해소를 위한 합리적 임대차 관리 등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추후 논의를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제도 개선방안은 기본적으로 농지취득 및 이에 대한 사후관리에 해당하는 농지관리제도의 개편에 집중한 측면이 있다. 농지 투기의 일차적인 인과관계가 농지취득과 연관되다 보니 이 문제가 농지관리의 문제로 환원될 수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농지 투기는 농지 전용 및 개발 이익의 취득과 관련되며 궁극적으로 농지 보전의 문제와 연결된다.


지난 20년간 농지면적은 전체면적의 16.3%인 30만8000ha가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20년 뒤에는 2000년도 농지면적의 약 3분의 1이 사라지게 된다. 농지가 개발용지 및 투기의 대상이 되는 주된 이유는 도시 나대지보다 값싼 지가와 임야보다 용이한 접근성 측면에서 유리하고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개인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도로 건설, 도시개발 등을 위한 농지 전용은 불가피하지만 기존 개발용지를 먼저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체계적 농지 보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농지 전용에 의한 개발 이익의 개인 귀속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농지의 투기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농지제도 개혁은 다양한 관계자들의 복잡한 이해를 반영하기에 많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벌써 거래 절벽이니 개악이니 다양한 반대 목소리가 있지만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 준비, 건전한 경제 질서 확립이라는 관점에서 농지제도 개혁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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