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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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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농협으로 가기 위한 고언
1882
기고자 김병률
농민신문 기고 | 2021년 8월 20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961년에 출범한 농협과 나이가 비슷하다. 그렇다보니 농협에 더욱 마음이 가고 기대도 크다. 60대에 접어들다보니 살아온 길을 하나하나 되짚게 된다. 나와 가족, 몸담았던 직장과 사회, 그리고 국가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한다.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게 된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농협은 우리 농업의 발전을 위해 크고 중요한 역할을 많이 했다. 하지만 오늘보다 나은 농협으로 나아가려면 철저한 자기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먼저 농협의 정체성을 되새겨야 한다. 농협의 주인은 누가 뭐래도 농민이고, 농협은 농민을 위한 조합이 돼야 한다. 창립 당시의 초심을 상기하면서 농협이 우리 농업과 농촌·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시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한다.


농협은 읍·면 지역까지 혈관이 뻗어 있는, 농업을 대표하는 조직이다. 방대한 인력과 자산·조직력을 가진 농협이 60여년 동안 제몫을 다했는지 냉철하게 돌아볼 때다. 특히 농협은 농업정책을 시행할 때 정부와 농민 사이의 중간자 역할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합원들의 교육과 협동조합 의식을 고취하는 데도 신경 써야 한다. 그동안 관행에 젖어 있던 부분은 과감하게 도려내고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 농업의 현주소를 보라. 생산 주체가 전문화하고 기업농화하고 있는 반면 취미농, 고령농, 귀촌 텃밭농 등 농사규모가 영세한 농민이 늘면서 농업 생산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으론 농업 생산과 가축사육에서는 기계화·스마트화가 진행돼 인력 의존도가 높은 농업이 쇠퇴하고 있다.


농산물 유통환경은 어떤가. 유통산업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로봇 등 4차산업혁명 기반 기술이 급속히 확산되고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유통환경 급변에 대형유통업체·식자재업체·온라인업체는 산지 계약재배를 확대하고 있고, 원물 대량 구매체계 구축으로 협동조합 유통과 도매시장 유통을 위협하고 있다.


농업을 둘러싼 환경은 급변하지만 농협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농산물 유통의 50%를 공동출하하고 있지만 이것은 단순히 계통출하 판매 대행 수준에 그친다. 공동계산제 등 협동조합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소비지 도매시장, 소매유통업체 등에는 거래교섭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또 규모화 농사를 짓고 있는 대농과 영농조합법인은 농협을 벗어나 유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돼 중소농 중심으로만 산지유통을 한다면 산지유통을 주도할 수 없고 오히려 판매사업의 쇠퇴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농협은 미래를 위해 산지유통을 제대로 다잡아야만 한다. 특히 대농·전문농·영농조합법인 등을 농협 판매사업에 포용해 산지유통을 주도하고, 소매유통에 거래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혁신을 통해 농협이 농산물 유통의 50%가 아닌 80% 이상 맡게 되기를 기대한다.


나이가 60세면 환갑이다. 예전 같으면 기력이 없어 뒷방 노인대접을 받겠지만 100세 시대에 ‘인생은 60부터’다. 농협은 그동안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발전해가리라 믿는다. 하지만 우리 농업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혁신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농협이 지속적으로 발전해가려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버릴 건 버리고, 새롭게 도입해야 할 것은 과감하게 도입해 진정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그럴 때 농민은 물론이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농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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