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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 회고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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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농민신문 기고 | 2021년 12월 29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2021년은 농업·농촌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를 둘러싼 여건이 급격히 변화한 혼돈과 대전환의 한해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지 벌써 2년 가까이 됐다. 모든 국민과 정부가 합심해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했지만 아직도 기나긴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저출산으로 2020년 우리나라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자연 감소했고, 그 인구마저도 절반 이상이 수도권·대도시로 쏠리면서 많은 시·군이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인류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각국은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 조정했다. 또한 4차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기술의 빠른 발전은 일상생활부터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날로 키우고 있다.


국민의 생각과 가치관도 바뀌고 있다. 우리는 저성장과 양극화, 기후위기, 코로나19, 세대간·세대내·계층간 다양한 갈등 등으로 불신·불안·불만의 ‘3불(不) 사회’에 살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행복과 삶의 질, 공동체, 신뢰, 공정, 자아실현 등을 중시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농업·농촌도 크게 변화하면서 향후 농정의 방향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도시보다 열악한 농촌 생활환경 때문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인구가 농촌에서 지속적으로 유출되면서 농민 고령화와 젊은 농업세대의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농업의 혁신성·지속가능성, 농촌지역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기후위기 극복과 환경보전을 위한 정책 대안과 농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디지털농업 확대와 청년들의 농업부문 창·취업 지원을 통해 농업·농촌 혁신을 창출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여 나아가야 한다. 사회 가치관 변화와 궤를 같이해 식량 위기 대응과 먹거리 보장성 강화, 농민소득 안정, 농업·농촌의 다양한 가치 실현을 위한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18∼2022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농발계획)’을 통해 농정 패러다임 전환의 의지를 밝혔다. 이후 농정 틀 전환의 다섯가지 방향으로 ▲사람과 환경 중심의 농정 구현 ▲살고 싶은 농어촌 ▲수급관리와 가격시스템 선진화 ▲더 신명 나고 더 스마트한 농어업 ▲푸드플랜으로 안전한 먹거리 제공 등을 제시했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농정 틀 전환 방향과 이를 위한 12대 개혁 어젠다를 제시하는 등 구체적 실천 전략을 모색했다.


구체적인 성과도 나타났다. 공익직불제 시행, 쌀 수급 안정 및 가격 정상화, 농업재해 지원·대응 강화, 후계인력 양성 및 영농창업 활성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환경친화형 농축산업으로의 전환, 기술융복합 스마트농업 육성, 살고 싶은 농촌공간 조성과 농촌주민 삶의 질 제고 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과 성찰도 잇따른다. 먼저 단계적 로드맵을 통해 농정 틀 전환이 실질적·지속적으로 추진됐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농업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농업 틀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는지, 우리 사회의 커다란 여건 변화에 농정의 대응은 적극적이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농정이 지향해야 할 철학적 가치를 넘어 농업·농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 정책목표가 제시됐는가에 대한 비판도 있다. 무엇보다도 여전히 국가 차원에서 농정의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특히 현장농민들에게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래 농업·농촌의 발전과 농정 틀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앞으로의 과제가 중요하다.


우선 바람직한 농업·농촌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사람과 환경 중심의 농정에 대한 합의된 개념과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이 작업을 선행해야만, 다양한 농정개혁 과제를 실질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기존 정책의 확장과 새로운 정책방안도 도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농업의 혁신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신규농 유입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10년 후 인구·농업구조 변화까지 반영한 청년농의 상(像)을 먼저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고령농의 원활한 경영 이양과 소득 안정 및 청년농의 진입과 안착을 위한 정책을 확대·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둘째, 농정 비전과 방향·목표는 국민과 정부간 공감대에 기반을 두고 법과 계획, 재정구조, 정책 추진체계는 물론 농정조직, 농정거버넌스와 연계해야 한다. 농발계획의 중점 추진 과제와 프로그램 예산의 명칭·목표를 연계한 후 농정조직을 그에 맞게 연결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성과관리 시행계획이 농발계획의 당해 연도 시행계획 성격을 갖도록 해 성과관리·환류 체계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중앙농정심의회의 구성과 역할, 지방자치단체의 농정역량을 강화하고 지역단위 농정거버넌스를 재편하는 등 정부의 일하는 방식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셋째, 국가 차원에서 농정의제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만들어야 한다. 농업·농촌이 공익적 기능을 창출하고 상대적으로 어려우니 더 많은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국가적 지속가능성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농업·농촌이 가진 잠재력과 역할을 강조하고 그 일환으로 재정 투자를 요구해야 한다. 일례로 농촌재생은 농촌주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정책이지만, 수도권·대도시 중심의 성장 전략이 초래한 경제·사회·환경 위기 극복에도 효과적이다. 국민들이 농촌을 문제의 공간이 아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미래의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넷째, 정부는 농민과 관련 단체를 농정개혁을 위한 정책·제도 개선의 동반자로 삼아 협력과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농민단체는 선언적 제안을 넘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행방안을 제시, 논의의 실효성을 높여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갈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농특위와 농정 기획·집행 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 등 부처간 협력과 조정을 통해 농정 틀 전환 추진 동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밝아오는 새해에는 농정 틀 전환이 실질적 성과를 내고 농정 의제가 국가적 의제로 전폭적 지지와 관심을 받아 농민과 농촌주민, 그리고 국민 모두가 더욱더 행복한 삶을 누리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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