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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어촌 마을, 소멸하지 않을 잠재력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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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광남일보 기고 | 2022년 9월 7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균형발전연구단장)


전국 102개 마을을 패널로 삼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농산어촌 마을에는 평균 77.4호가 모여 살며 이 중 5.6호는 비상주 가구이다. 가구 당 1.9명으로 구성돼 있고 고령화율은 62.5%에 달한다. 특히 자연 여건이 양호한 마을일수록 전입 가구가 많은데, 전입 가구 중 약 12%는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채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어촌 마을에서 농가 비율은 53.1%로 농산어촌 마을의 주요 경제활동은 여전히 농업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작목반 등의 경제조직이 없는 마을이 23.5%에 달해 과거와 같은 방식의 공동 경제활동은 침체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농산어촌 마을의 인구 총량은 정체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다만 사회적 인구 유·출입이 활발하고 유동인구가 증가하는 등 인구 변화의 내적 역동성이 엿보였다. 특히 두 지역 거주자 등 소위 ‘관계인구’가 등장해 농산어촌 마을의 변화 동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농산어촌 마을 방문객은 축소된 반면 가족 단위 소규모 방문객이 증가하기도 했다. 경로당 등에서 공동취사를 하던 집합활동이 크게 축소되면서 마을 내 취약계층의 생활은 어려워졌다. 특히 태양광 발전시설, 세컨드하우스 및 농막과 같은 시설이 확대되는 등 물리적 변화도 있었다. 이는 마을에 왕래하는 인구들이 늘어나고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절반 정도의 농산어촌 마을에는 휴경지가 존재하며 원격지 농산어촌 마을일수록 휴경지 규모가 큰 특징이 나타났다.


인구 과소화로 농산어촌 마을이 경제적 활동이나 공동체 활동에 있어 침체를 겪으면서 소멸돼 간다는 가정은 현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음이 확인됐다. 농산어촌 마을은 인구 유·출입의 역동성으로 인해 과소화 마을로 고정돼 있거나 혹은 급속한 소멸의 과정으로 치닫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과소화 마을은 경제적 활동이나 공동체 활동 측면에서는 오히려 규모가 작아 유대 관계 측면에서 견고한 특성이 나타난다.


농산어촌 패널 마을 중 정주인구는 아니지만 자주 왕래하는 관계인구가 있는 마을이 30.4%이고 마을당 20여 명의 관계인구가 있다고 집계됐다. 현재 패널 마을의 관계인구는 모두 앞으로도 현재의 관계를 이어가거나 확대해갈 것이며, 그 중 28.1%는 농산어촌 마을로 아예 이주할 의향을 갖고 있다. 농산어촌 마을은 소멸하지 않을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농산어촌 마을의 잠재력을 높이고 소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첫째, 농산어촌 마을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미래 지향적인 공간 혁신이 필요하다. 근대화 이전에 형성된 농산어촌 마을의 공간구조는 새마을사업을 거치면서 주택 일부의 개량 등만 이루어졌을 뿐 차량의 교행, 주차장, 방문객 등을 위한 시설, 주택이나 도농교류시설 등 미래 지향적 공간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둘째, 다양한 관계인구 수요를 반영한 살아보기 체험 주택·프로그램 제공, 워케이션 프로그램 도입, 스마트워크마을 조성 등의 확대도 농산어촌 마을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접근이다. 이를 위해서는 빈집 등을 활용한 살아보기 체험 주택, 유휴시설을 개조한 청년 창업공간 공급과 함께 교육, 복지, 정보통신 인프라 기반 구축이 병행 확대될 필요가 있다.


셋째, 더욱 근본적으로 농산어촌 마을 주민의 외지인 수용 태세 및 새로운 공동체의 구성과 활동 영역 확대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새로 유입된 인구나 관계인구가 함께 새로운 공동체로서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농산어촌의 난개발 완화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농산어촌 마을 주민들이 주축이 돼 잠재적 관계인구가 정주인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도적으로 주민 공동체가 마을의 자원들을 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방분권 확대 기조로 마을 대상 사업들이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됐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많은 농산어촌 마을이 존재하고 그 변화 양상과 수요도 다양하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농산어촌 마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함으로써 지역의 인구 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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