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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문제 근본적 해법을 모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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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농민신문 기고 | 2022년 10월 5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코로나19 지속과 세계 곳곳에서 빈발하는 가뭄·폭우·태풍·고온 등 기상이변, 끝이 안 보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경제질서와 정치 지형을 뒤흔들면서 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의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7월6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2022년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보고서’에 따르면 전례 없는 복합 위기로 지난해 전세계 기아 인구가 8억2300만명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먹거리 안보문제는 개발도상국들의 국가 부도, 정권 전복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이는 개도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세계적인 인류 생태계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한국 쌀문제는 식량안보와 떼려야 뗄 수도 없지만, 깊이 들어가면 여러가지가 상충한다. 식량안보는 쌀을 포함해 식용·사료용 곡물, 사료를 먹여 키우는 축산물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먹거리 공급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자급률이 특히 낮은 밀과 옥수수·콩의 안정적 수입선 구축과 국내 생산력 향상이 중요하다.


그러나 쌀은 생산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재고 처리와 가격 지지, 타작물재배 등 식량안보 문제와 정반대 해법을 찾아야 해 정부나 농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산 쌀에 대해 수요량을 초과하는 27만t 전량을 두차례에 걸쳐 시장격리하고, 이후에도 가격 하락을 억제하기 위해 10만t을 추가 격리했다. 심지어 쌀값 하락이 지속되자 지난해산과 올해산을 합쳐 쌀 45만t을 매입하기로 했고, 심지어 국회에서는 의무매입을 법제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재고미 소유권만 농협이나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정부로 바꾸는 ‘시장격리’라는 봉인조치로 쌀값이 얼마나 지지될 수 있을까?


시장격리로 효과를 보려면 쌀을 해외시장으로 내보내거나 쌀밥시장용 쌀을 가공용·사료용 등으로 용도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정부가 매입해 정부 소유로 비축창고에 저장해두고 시장격리라는 표현을 쓴다고 해서 쌀이 수요·공급 곡선에서 없어지지 않는다. 시장에 풀어놓는 시기만 다를 뿐, 쌀은 시장가격이 결정되는 국내 연간 쌀 수요·공급 곡선상에 엄연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비축창고에 쌓아놓고 보이지 않게 해도 시장공급량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 자리 이동이나 다름없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가공용 쌀인 ‘가루쌀(분질미)’를 해법으로 제시하며 논쌀의 가공용 재배 확대와 수입 의존적인 밀가루 소비 대체를 이루겠다고 했다. 이는 쌀 과잉생산 문제와 식량안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획기적인 해법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해법이라는 데 한계가 있다.


이참에 농식품부 장관과 농협에 쌀문제 해법의 팁을 제시하고 싶다. 쌀문제를 해결하려면 ‘진정한 시장격리’ 정책이 발동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적정 비축용 쌀 재고량을 제외한 나머지 재고를 개도국 식량원조로 활용할 것을 주문해본다. 정부간 원조 등에 장애요인이 많다면 세계 협동조합간 협력으로 문제를 풀어볼 수 있다.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FAO와 공조하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합작하면 효과가 더해질 수 있다.


북한도 수개월간의 가뭄과 최근 폭우로 올해 식량난이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엔(UN·국제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인구의 41%인 1070만명이 영양부족을 겪고 있다. 북한과 농업개발협력도 중장기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당장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 한국 재고미를 우회 지원할 수 있다면 인도적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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