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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노인을 위한 주거복지 정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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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문수

광남일보 기고 | 2022년 11월 22일
정 문 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삶의질정책연구센터 점검평가팀장)



UN은 1982년 비엔나 국제고령화계획을 발표해 ‘노인은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과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이고 존엄하게 생활할 권리’가 있음을 천명했다. 당시 인구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던 선진국에서 이러한 ‘지역에서 나이 들기(Aging In Place)’ 개념은 복지국가의 중요한 과제로 여겨졌다.


최근 우리나라는 인구감소·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어르신들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수용하는 데 그치지 말고 평생 생활하신 장소에서 편안하고 안전하게 생활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노인은 보호받아야 할 사회 약자가 아닌 다양한 세대와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의 일원이라는 인식 또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에서 나이 들기’가 복지국가 실현의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농촌에서도 노인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존경받으면서도 편리하고 안전하게 생활하도록, 농촌의 주거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 마을에 거주하는 노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89.8%, 특히, 독거노인의 87.7%가 현재 생활하는 마을과 주택에서 여생을 보내고자 한다는 점은 이러한 노력이 절실함을 뒷받침한다.


반면, 우리나라 농촌 주거환경을 살펴보면 노인들이 일상적으로 이동하고 생활하는 데 위험하고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농촌 노인에게 제공되는 생활서비스 수준이 대부분 도시 지역에 비해 불리하다. 농촌의 상업, 의료, 문화시설이 불만족스럽다는 응답율이 각각 53.1%, 57.2%, 64.2%에 달했으며, 대중교통이 불편하다는 응답도 44.5%로 도시 노인 가구의 16.4%보다 훨씬 높았다.


농촌주택은 도시주택에 비해 안전 문제가 심각하며 대부분은 출입부와 문턱, 툇마루 등 때문에 주택 내부에서 이동하기 어렵고, 장판 재질이 미끄럽거나 욕실의 보조손잡이 등 노인안전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농촌주택은 도시가스 등 저렴한 난방연료를 사용할 수 없고, 단열시공이 부실한 경우가 많아 난방비 부담이 도시주택에 비해 크다.


농촌마을 또한 노인의 일상생활 및 이동 편의·안전에 위해를 끼치는 요인이 많다. 우선 마을안길이 하천 축대, 복개되지 않은 우수로, 차량이동로 등이 분리되지 않아 보행사고와 낙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마을에 방치된 빈집이 많고, 슬레이트 석면 지붕을 제거하지 않은 주택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버스정류장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간선도로변에 위치하고, 버스 노선 수와 운행 횟수가 적어 보행이 어려운 노인들은 읍내의 이·미용실과 목욕탕, 복지시설에 자력으로 방문하기 어렵다.


농촌 노인들은 농작업 중심의 경제활동을 평생 영위했으며, 소규모 마을 공동체의 생활방식에 익숙하다는 점에서 편리하고 안전한 주거생활에 대한 요구도 도시 노인과 다르다. 농촌 노인들은 농업활동에 따른 근골격계질환이 많고 도시 노인보다 치매 환자 비율도 높은 편이다.


농촌에서도 ‘지역에서 나이 들기’를 실현하려면 농촌 노인의 신체 특성과 생활방식, 거주 수요, 주거환경 개선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농촌 노인들이 정책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농촌 노인 주거복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노인을 위한 농촌 주거복지 정책의 방향은 노인 주택의 무장애화와 고령친화형 마을 주거환경 개선, 농촌 노인을 위한 주거복지 서비스의 발굴·확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농촌 노인 주택의 무장애화를 하나의 정책 방향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농촌 주택 개조 혹은 신축을 추진할 경우 정부가 주택출입부의 안전손잡이 설치, 휠체어와 보행보조기구 이동 편의를 위한 경사로 확보 등 농촌형 무장애 주택의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농촌 마을의 주거환경을 고령친화형으로 개선하는 방안이다. 마을안길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기 위해 우수로 복개와 하천 제방 분리, 보행로와 차로 분리 등 노인의 이동 편의·안전 요건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또 공동생활홈과 작은 목욕탕, 공동식당이 복합된 마을형 주거복지시설을 조성하고, 마을 공동체 혹은 지역사회 돌봄 주체가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역할을 맡기는 방안도 있다.


마지막으로 농촌에 적용할 수 있는 노인 주거복지 서비스 방식을 구축하는 것이다. 다양한 지역돌봄 조직과 주체들이 마을마다 마련된 복합형 주거복지시설에 방문해 노인에게 식사·반찬·재가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동형 마을점포를 운영하는 등의 방안이 예시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 사회적경제조직, 마을공동체가 협력해 지역 여건을 고려한 노인 주거복지 프로그램을 어려움 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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