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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활용 농작물 재배면적 조사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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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라이

광남일보 기고 | 2023년 3월 6일
김 라 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측기획팀장)


‘농산물 산지폐기 매년 반복…’, ‘과잉생산 우려, 산지폐기 실시…’ 매년 되풀이되는 익숙한 기사의 제목이다. 농산물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을 막고자 정부와 지자체 모두 다양한 수급안정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매년 반복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서는 농업인과 유통인, 관련 종사자 등의 합리적인 영농 의사결정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주요 품목을 대상으로 관측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정보를 토대로 재배면적을 자율적으로 조절하고 가격 동향 등을 살펴 적절한 시기에 출하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 중 재배면적은 당해 생산량을 결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지표로 정확한 정보 수집과 분석이 요구된다. 농업관측센터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드론을 관측사업에 접목해 재배·출하면적을 조사하는 시범사업을 3년째 실시하고 있다.


드론을 활용한 원격탐사 방식 재배면적 조사의 가장 큰 장점은 광범위한 지역의 재배면적 전수조사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수조사 결과는 수급분석을 수행하는 연구원이나 정책을 시행하는 의사결정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자료지만 대부분의 통계자료는 표본조사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일부 지역이지만 전수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는 매우 가치가 높은 자료로 평가된다. 전수조사를 위해 도보로 이동하며 전체 농경지를 빠지지 않고 방문해 품목을 파악한다면 막대한 인력과 비용이 소요되고 자료의 신뢰도 또한 낮을 것이다.


드론을 활용할 경우 사전에 입력된 비행경로를 따라 단 한 개의 필지도 놓치지 않고 자동으로 촬영하고 복귀해 광범위한 지역의 효율적인 조사가 가능하다. 첨단 기술의 도입이 재배면적 조사방식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은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단순히 기술을 적용하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도입이 가능한지 면밀히 따지고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다.


모든 사업이 마찬가지이지만 드론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어떤 목적을 갖고 도입하느냐에 따라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촬영할지 결정되고 사용되는 기체, 촬영방식, 영상 분석 및 처리 방식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마늘, 양파 재배면적의 조기 파악을 위해 개체 크기가 작은 생육 초기 촬영을 실시한다. 배추, 양배추처럼 개체의 크기가 큰 작물은 판독이 쉬워 낮은 해상도의 영상으로도 분류할 수 있지만, 마늘, 양파처럼 개체 크기가 작은 품목은 분류를 위해 고해상도의 낱장영상이 필요하다. 이렇듯 목적과 품목의 특징에 따라 요구되는 영상의 품질이 달라진다. 이러한 특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무작정 도입해 촬영하면 사용하지 못한 영상만 손에 쥔 채 사업이 끝나고 말 것이다.


또한 효율적인 분석을 위한 영상 촬영과 분석 기술의 발전이 병행돼야 한다. 물론 현재 시점에도 영상을 분석하기 위한 인공지능(AI) 모델은 많이 존재한다. 배추, 양배추처럼 개체의 크기가 크고 명확한 품목은 분류 정확도가 90% 이상이지만, 마늘, 양파의 정확도는 30% 내외로 평가된다. 정확한 재배면적 산출이 필요한 사업의 경우 모델의 정확도는 재배면적 정확도와 신뢰도로 직결된다. 그렇다고 인력을 활용한 분류가 모델보다 좋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목적에 따라 AI 모델과 인력 적절히 활용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끝으로 기관별, 지자체별로 수집하고 있는 영상과 정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데이터 구조의 통일과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기관별로 목적에 따라 자료를 수집하고 있지만 각 기관의 목적에 맞춰 촬영하고 있어 범용적인 활용이 어려운게 사실이다. 큰 비용을 들여 수집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고 이를 관리하고 조율할 수 있는 핵심 주체가 필요하다.


드론은 앞으로 재배면적 조사를 위한 획기적인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만능의 수단은 아니다. 아직 많은 인력과 장비가 투입돼야 하고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가치가 높고 의미 있는 좋은 자료이지만 수집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면 그 가치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기술 발전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이며, 무작정 도입만 해서도 안 되는 이유이다. 첨단 기술 도입이라는 미명하에 아무런 준비 없이 도입한다면 의미 없는 촬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목적에 맞는 촬영·분석 방식을 연구해 드론이 농업생산조사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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