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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나눔터 12월호-농정시선] WTO 개도국 지위 전환과 우리 농업·농촌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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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개도국 지위 전환과 우리 농업·농촌의 미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문한필 연구위원


지난 10월 25일 정부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시 인정받았던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를 차기 협상부터는 더이상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 당시 우리나라는 농업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는 자발적으로 선진국과 동일한 의무를 이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번 결정으로 사실상 농업만이 선진국 지위로 전환된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WTO 농업협정 상의 개도국 특혜에 따라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농산물 관세나 농업보조금 감축에 있어서 유리한 여건을 활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지위가 차기 WTO 협상에서 선진국으로 전환된다면, 이러한 고관세 품목의 시장개방 폭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농업 지원을 위한 정부의 정책수단도 크게 제약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농업부문의 추가적인 피해로 이어질 것이므로 UR 협상과 그동안 발효되어 온 16개의 FTA로 인해 개방피해를 지속적으로 체감해 온 농업인들의 우려가 매우 큰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WTO에서 선진국의 지위를 바로 적용받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의 결정은 이 문제를 제기한 미국이 그동안 미국에 유리하지 않게 작동되어 온 WTO를 개혁하고,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개도국의 영향력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를 충분히 인지했기 때문에, 굳이 미국의 통상압력 대상이 될 필요가 없다는 판단과WTO 차기 협상의 시작과 타결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평가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가 계속 발전하면서 미국 이외에도 이미 여러 선진국들은 한국의 개도국 특혜에 대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기 때문에 차기 WTO 협상에서 우리가 다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번 우리 정부의 결정과는 무관하게, 사실 개도국 지위 문제를 포함하여 WTO를 어떻게 개혁할 지에 대해서도 회원국 간 합의가 단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지도 미지수이다. 19년째 표류해 온 도하개발어센다(DDA) 협상을 폐기하고 새로운 협상을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심도있게 다루어진 적이 없다. 모두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과 신흥개도국을 위시한 개도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들이기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이렇듯 우리는 다시 한 번 시장개방의 피해를 대비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우리 농정은 개도국 지위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WTO 선진국 지위로의 전환은 우리 농업·농촌의 명실상부한 선진화를 위한 새로운 농정 패러다임을 필요로 할 것이다. 농정의 틀뿐만 아니라, 농업인을 포함한 국민의 인식도 변화해야 하며, 농업·농촌의 가치와 역할도 재정립되어야 한다. 주요 선진국 들은 오래전부터 국민과 사회에 공익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도 과거 대규모 농업 투융자 대책들의 성과와 한계를 파악하고, 농업·농촌의 바람직한 미래 모습과 농식품 소비구조, 통상환경 등의 변화를 고려한 종합적인 발전전략과 대책을 수립해야 할 때이다. 여기에는 농업계뿐만 아니라 정부, 지자체, 학계, 비농업계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 15여년 뒤 필자가 은퇴할 쯤에는 어느 선진국 부럽지 않은 농업·농촌으로 거듭 난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농경나눔터 2019년 12월호 – 농정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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