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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나눔터 3.4월호-농촌愛 살어리랏다] 나의 농촌 일기 <4-H 구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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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농촌 일기<4-H 구락부>


최영호 충남 부여군


지금으로부터 약 48년 전 4-H와의 인연에 대해 적어볼까 한다. 70년대 초반에는 부락의 지주 몇 명을 제외하고 농민 대부분이 어렵게 농촌생활을 하였다. 나 역시 초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15세부터 부모 님과 같이 농사일을 하였으나 가난을 면하긴커녕 빚만 자꾸 늘어날 뿐이었다. 할 수 없이 나무장사도 하고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면서 장래 무엇을 하면 농촌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그러던 중 당시 농촌지도소의 박상문 지도사님이 부락에 출장 나오실 때마다 나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어느 날 면담 도중 4-H구락부를 조직하여 농사일을 배워보자고 말씀하셨다. 나는 부락의 20대 안팎의 친구 10여 명을 설득하여 행운의 네잎클로버 깃발 아래 지·덕·노·체의 정신으로 상록수 4-H를 조직하였다. 회관은 따로 없고 마을 사랑방을 빌려 월례회를 할 적에는 당번을 정해 나무를 해다 방에 불도 때고 청소도 나누어 하였다. 또 농촌지도소 선생님과 마을 어르신 들을 초청해 새로운 농사기술과 농사 경험담을 듣고는 밤새 토론하기도 했다. 제일 어려운 점은 여성 회원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만 하여도 여자들이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꺼리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마을 환경개선사업으로는 꽃밭 가꾸기, 지붕개량, 마을길 청소 및 보수, 1일 100원씩 저금하기 운동 등을 하여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도 하고 회비로 사용하기도 했다. 처음 4-H를 조직할 때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어린것들이 무얼 안다고 설치냐”라고 조롱도 하고 멸시하더니 차차 우리들의 활동을 이해하고 적극 협조해주었다. 농촌지도소의 지도 아래 각 회원들은 과제를 선정하여 1년 동안 과제 달성에 온 정성을 다했다. 예를 들면 비육우 과제, 콩 다수확 과제, 생활개선 과제 등이다. 과제를 우수하게 수행한 회원들은 매년 11월에 면·군·도 단위 4-H경진대회와 농촌진흥청 주관 중앙경진대회에 참가해 수상하고 푸짐한 경품과 더불어 시민들로부터 많은 격려와 박수를 받았다. 우리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4-H를 더욱 발전시 켜 마을 모든 주민이 참여하는 두레를 만들어 공동 모내기, 보리 베기, 가을추수, 마을회관 건립 등을 하며 협동심을 길렀다. 또한 지금의 농업협동조합의 모태가 되는 마을협동조합을 설립하여 마을 주민 공동으로 출자도 하고 농산물을 공동 생산, 판매하여 그 돈을 저금하여 돈이 필요한 주민에게 저렴한 이자로 대출도 해주었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점차 벗어나고 농촌이 발전하면서 수익도 올라가니 도시로 공장 직공이나 식모살이로 떠나던 아들, 딸들이 고향에 다시 귀향하여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마을에 활기가 넘치게 되었고 나도 농촌에 끝까지 남기로 했다. 그렇게 60여 년을 농촌을 지키며 사랑하였으니 반절은 약속을 지킨 셈이다. 이제는 모든 농업 분야에서 기계화되고 첨단 스마트 기술이 발전하여 우리 구시대 농법은 아무 필요가 없다지만 어려운 그 시절을 극복하고 농업·농촌의 발전에 작게나마 역할을 한 것으로 만족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농경나눔터 2020년 3.4월호 – 농촌愛 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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